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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nsight] 그들이 "한초삼걸(漢椒三傑)"이라 불리는 이유
2015-12-18
Career Management - 직장인의 커리어 관리
 
HR insight
2015년 10월호


엔터웨이 파트너스 컨설턴트 김기경 이사

기업의 임원을 선발하는 것은 단순히 고스펙의 컬렉션을 하는 것이 아닌, 애써 일군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왜 그 사람을 임원으로 채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호부터 총 4회에 걸쳐 임원선발과 평가, 보상, 유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 회에서는 중국의 역사 소설인 《초한지》속에서 인재, 특히 임원 선발의 지혜를 찾아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역사 소설 중 하나인 《초한지(楚漢志)》를 알고 있을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였던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만들고 아방궁을 만들며 착취와 폭정을 일삼자 진나라에게 망한 6국들의 후손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초한지》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오랜 대결을 여러 인물의 활약과 처세를 버무려 세밀하게 그린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 책에는 천하를 도모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무공과 역량을 지닌 수많은 호걸과 영웅들이 나온다. 이 중에 한나라 건국 공신 3걸, 즉 "한초삼걸(漢椒三傑)"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나라의 유방을 도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 불릴 만큼 엄청난 신력과 무공, 병력을 지닌 초나라의 항우를 제압하고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장량(장자방), 소하, 한신을 말한다. 막강한 초나라와 경쟁하며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이 위태로웠던 약소국가 한나라를 반석 위에 세우고 최후의 승자로 만들었던 이들 세 호걸의 활약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물론 넘치는 인덕과 용인술의 유방이 그들을 잘 경영한 것도 무척 중요했지만 유방의 부족함을 채워준 이들의 역량과 도움이 없었다면 한나라는 패망하여 과거의 지도에 있었던 소국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유방과 한나라에 있어 장량과 소하, 한신은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참모이자 임원이었다.

임원[任員]이란?
세상에는 많은 기업ㆍ조직ㆍ모임들이 있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이런 단체들이 원활하게 운영 및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규칙과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를 지키고 개선함으로써 단체가 지속되고 성장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런 단체를 이끄는 수장을 비롯하여 운영과 감독 등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사람을 일컬어 '임원[任員]'이라고 한다. 통상 단체에서 이런 임원을 선발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조직 내에서 오랜 기간 충성심을 가지고 헌신해 왔으며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역량과 성과를 보인 사람 중에 선발한다. 그 이유는 단체의 속성상 다양하고 많은 사람과 시스템이 있고 그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수없이 많은 상황과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인과관계 및 전후 과정을 잘 알고 있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단체의 지속과 성장을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에 대한 대응과 위기관리가 필수인데 아무래도 오랜 기간 함께 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사람이 이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둘째, 출중한 역량과 노하우, 경험을 보유했고 새로운 시각으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검증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다. 내부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곪아 터진 사안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 신규 사업 혹은 혁신 등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경우에 외부 영입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숲 안에서는 숲을 볼 수 없다'는 것과 같이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은 여러 감정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존의 인력으로는 한계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함께하며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임원과 과거와 신분에 관계없이 탁월한 역량을 지닌 외부 영입 임원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 선발 왜 중요한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성인이 돼서도 가업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다 장년에 가서야 일개 현의 하급 관리로 시작한 유방은 진나라 말기의 폭정을 계기로 일어난 봉기에서 사람들의 추대로 천하 출두했다. 가난한 농부 출신으로 기반이 미비하고 본신의 역량이 크지 않았던 유방은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결국 덕을 바탕으로 한 포용력과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용인술의 탁월함을 발휘하여 장량, 소하, 한신 등과 같이 당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유능한 참모이자 임원진을 영입하며 대업을 이루게 된다. 유방이 선발한 한초삼걸은 모두 본인이 담당한 파트의 최고 책임자로써 해당 조직의 운영과 감독을 총괄하며 한나라의 CEO(Chief Executive Officer)인 한고조 유방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의 적절한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전국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 몇몇의 우수한 임원급 인재들과 그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수장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임원을 선발해야 하는가?
장량은 춘추시대 한나라 귀족의 후손으로 뛰어난 지략가이기도 했지만 특히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능했다. 진시황제를 시해하려다 실패하고 방랑하다가 유방에게 합류하는데 한나라 건국 공신 3걸 중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초나라 항우의 수하였던 한신을 설득하여 영입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유방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였던 '홍문의 연회[鴻門宴](항우와 유방이 함양 지역의 쟁탈을 둘러싸고 홍문이라는 곳에서 회동한 일)'에서 당시 열세였던 유방은 항우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게 됐고 이를 유방을 죽일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 항우의 책사인 범증은 유방을 죽이려 하는데 이런 계략이 있음을 간파한 장량이 머리를 써서 유방을 탈출시킨다. 이후에도 장량은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펼쳐 유방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훈을 세우며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소하는 본래 유방과 함께 일개 현의 하급 관리로써 시작했으나 유방이 봉기를 일으키고 현을 장악하자 처음부터 유방의 수하로 합류한 인물이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용맹한 장수와 뛰어난 지략가도 필요하지만 아무리 용맹한 장수와 지략가라도 적재적소에 식량과 군수물자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힘을 발휘할 수가 없는데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낸 사람이 소하이다. 소하는 병사의 숫자와 지형지물, 거리 등을 완벽히 파악하여 한나라 군의 수많은 전쟁에서 식량과 군수물자를 하루도 늦춘 적이 없을 만큼 훌륭한 역량을 보여줘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한나라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데 최고의 공을 세운다. 한신의 초년은 가난하고 힘든 시절로 점철됐다고 한다. 백정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뜻을 잃지 않고 있다가 초나라 항우의 휘하로 들어갔는데 항우의 포악한 성정과 독선, 외모만 보고 본인을 장수로써 인정해주지 않는 점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장량과 소하의 추천으로 유방의 휘하로 들어가게 된다. 유방의 휘하로 들어간 한신은 처음에는 부침이 있었지만 끝내 군대의 최고 책임자인 대원수가 되어 항우를 패퇴시키며 초, 한 간의 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데 누구보다도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전장에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신출귀몰한 전략과 전술을 운용하여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방이 "한초삼걸"을 선발할 때 출신성분과 과거는 묻지 않고 철저하게 역량과 능력, 본인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지 만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쇠락한 귀족 출신으로 당시의 패자였던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여 쫓기는 낭인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며 번뜩이는 지략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장량",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천한 출신인데다 적장의 수하이기까지 했지만 뛰어난 무공과 병법에 능통한데다 인간성까지 겸비하여 전장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던 "한신", 일개 현의 하급 관리 출신으로 대사를 일구기에는 부족해 보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방의 곁을 지키며 한치의 흔들림 없이 한나라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완벽히 소화해 낸 "소하", 이들 모두 이전의 경력과 신분을 보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방은 소위 화려한 배경보다는 '본인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적합한 인재 인지만을 판단하고 등용하는 실리를 택했고 이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내어 천하통일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했다.

스펙 아닌 역량 중심 임원 선발 사례
A그룹은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이었다. 해당 업계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 그리고 그에 맞는 역량을 보유한 A그룹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라는 격언과 같이 이때를 호기라 생각하고 좀 더 공격적인 그룹 운영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름의 숙원사업 추진을 위해 B계열사를 설립했다. 그로 인해 업계에서 말하는 포트폴리오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듯했으나 정작 설립된 계열사는 초반부터 여러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인 만큼 A그룹에서는 B계열사에 충분한 투자와 지원을 했는데 선출된 대표이사는 이를 믿고 방만한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사무실 규모와 인력 채용을 시작으로 소위 품위유지를 위한 경비까지 필요 이상으로 사용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각보다 열악한 시장 환경까지 겹쳐 수입까지 신통치 않게 됐다. 거듭되는 적자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장 환경으로 결국 대표이사는 경질됐으며 이를 타개할 수 있을 새로운 대표이사를 찾기에 이르렀다. 사실 B계열사의 사업은 국내에서는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도 많지 않았고 해당 기업의 고전 소식이 이미 업계에 파다하게 퍼져 대표급 임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통상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그룹의 계열사 대표이사의 자리를 채용할 때에는 화려한 스펙과 이전에 재직했던 회사의 네임밸류를 중시하기 마련이고 그에 걸맞은 업무역량을 갖춘 임원은 찾기에도 어렵지만 찾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기 때문에 실제 선발하기 이어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A그룹은 갖은 방법으로 적임자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현 상황을 더 이상 유지하면 안 된다고 판단을 한 A그룹은 결국 몇몇의 헤드헌팅 기업을 비롯하여 필자에게도 의뢰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의 스토리를 들은 필자는 기존의 방식대로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A그룹 인사 담당자에게 스펙과 네임밸류는 부족하더라도 좀 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설득 끝에 A그룹에서는 이를 받아들였고 필자는 여러 루트를 수소문하여 "가"라는 후보자를 추천하게 됐다.
후보자 "가"는 지방대학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국내 5대 대학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A그룹이 속해 있는 업계에서 중견에 해당되는 그저 그런 기업에 신입으로 입사하여 관련 업무를 시작한 "가"는 특유의 승부욕, 열정과 끈기로 맡은 일들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며 부족한 본인의 스펙과 네임밸류를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가"는 몇 군데의 회사를 옮기며 해당 업계의 기본이 되는 부서를 두루 거쳐 역량을 업그레이드했으며 이어 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영업부서로 옮겨 많은 성과를 내며 수많은 고스펙의 인재들을 따돌리고 전사 영업 총괄 임원으로 발탁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후 영업본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써 최고의 실적을 유지하며 승승장구를 하다가 뜻한 바 있어 직을 내려놓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던 인재였다. 그러던 중 필자의 제의를 받은 "가"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B계열사의 관련 업무에 평소 많은 관심이 있었다는 말씀과 함께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 보겠다며 흔쾌히 지원을 했다. A그룹에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력 때문에 반신반의했으나 채용 과정에서 보여주는 업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그리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겸비한 "가"후보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A그룹 고위층 임원들의 인터뷰를 당당히 통과하여 B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듯이 "가"는 입사하자마자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선, 필요 이상으로 운영되는 인력을 과감히 구조조정했으며 쓸데없이 넓고 고급스러운 사무실을 이전했고, 방만한 운영으로 누수되고 있던 여러 비용과 경비를 줄이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군살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불평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이런 불평도 차츰 잦아들며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본인의 전문영역인 영업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게 하여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던 매출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B계열사의 경영정상화를 이룩하기에 이른다. 상기한 한고조 유방의 용인술과 임원 선발 사례를 교훈 삼아 "왜 그 사람을 그 자리의 임원으로 채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화려한 스펙과 네임밸류에 매몰되지 말고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한 후에 선발을 결정하기 바란다. 기업의 영속성과 가치창출을 이끌어 가는 "임원"을 선발하는 것은 "컬렉션"을 하는 것이 아니다. 피땀을 흘려 오랜 기간 애써 일군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출처: HR insight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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