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任員)”이란 상법상으로는 업무를 집행ㆍ감시ㆍ감독하는 이사회의 이사(등기 이사)와 감사를 뜻하지만, 우리가 통상 임원이라 할 때는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등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대표이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집행임원”을 말한다. 기업마다 직급 체계가 조금씩 달라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는 대개 “이사” 직급 이상을 임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사보”라던가 “이사대우”라는 표현을 써서 준임원으로 대우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이사 직급 없이 “상무”부터 임원이라 칭하는 곳도 있는 등 기업마다 약간씩의 차이점은 있다.)
어쨌든 임원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평사원”의 단계를 벗어나 드디어 “별”을 달게 되는 지위로서 대다수 직장인의 꿈이자 희망사항이다. 우스갯소리로 부장에서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이 100가지 이상이라고 하는데(군에서도 대령에서 장성이 되면 달라지는 것이 100가지 이상이라는 얘기도 있다.) 좀 과장이기는 하지만 대우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독립된 사무 공간이 생기고 개인용 냉장고와 TV, 프린터, 책장 및 회의 테이블 등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면 중대형급 차량과 유류대, 통행료 등이 제공된다. 또한, 해외 출장 시에는 항공기의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으며 기업에 따라서는 최신형 휴대폰과 통신비를 제공하기도 하고 본인 이름과 직급이 박힌 경조사 봉투뿐만 아니라 경조사비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이사님(혹은 상무님)” 하는 듣기 좋은 호칭과 부장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급여의 상승일 것이다. 이렇듯 임원이 되면 금전적, 그리고 비금전적으로 많은 보상이 따르게 된다. 이처럼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그만큼 업무에 매진하여 탁월한 퍼포먼스를 통해 기업의 발전을 꾀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파격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임원은 기업의 전략 실행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그러한 의사결정들을 통해 사운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임원의 확보와 유지가 지상과제의 수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임원의 선발과 더불어 보상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기준을 확립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저마다 구체적인 내용의 시행 안을 제정해 놓고 있다.
평가와 보상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대규모 임원 승진자 명단과 함께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문구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굴지의 규모를 자랑하는 어떤 그룹사의 승진 원칙이기도 하다. 참으로 간단명료하면서도 보상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철학을 담고 있는 명제라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말이다. 실제로 이 기업의 임원 승진자 면면을 보면 전년도에 큰 실적을 낸 사업부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반면, 그렇지 못한 사업부문에서는 참담할 정도로 승진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히 信賞必罰을 몸소 실천하는 인사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비단 이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임직원의 보상체계를 논함에 있어서 “성과”를 배제하는 곳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란 기업의 재무적 가치창출에 기여한 공로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업에서 임원에게 보상을 주는 데에 단순히 해당 연도에 이루어 낸 업적만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업 수행 실적 및 KPI를 기반으로 한 “성과평가”와 더불어 기본역량(인적ㆍ조직관리 능력, 태도 등)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역량평가”를 임원 보상에 있어서 주요한 평가항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태도 평가”나 “다면 평가” 등 기업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항목을 정하여 반영할 수 있다. 일부 임원 평가를 철저히 하는 기업들 가운데에는 매월 인사팀에서 소속 임원의 동향(부서 내 평판 및 각종 사건/사고, 건강 상태 및 근황 등)을 파악한 후 종합하여 연말 임원 인사에 무거운 비중으로 반영하는 곳도 있다.
성과평가는 대체로 금전적인 보상(급여, 상여 등의 보수)의 지표가 되고 있으며, 역량평가는 주로 비금전적인 보상(승진, 보직 등의 인사관리)의 근거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기업마다 성과평가와 역량평가, 그리고 그 밖의 평가요소들에 적절한 가중치를 두어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금전적 보상
임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고정성 급여 및 변동성 급여의 형태로 제공된다. 고정성 급여는 기본연봉, 고정 상여금, 각종 수당 등의 기본급과 복리후생, 퇴직위로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당 임원의 직급과 경험치, 직무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결정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연공서열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해당 임원의 연차에 따라 고정성 급여의 수준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변동성 급여는 단기 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기 성과급에는 특히 재무적인 성과가 많이 반영되며, 장기성과급은 스톡옵션 등의 형태로 많이 주어지게 되는데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며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임원에 대한 금전적 보상체계는 형태적으로는 일반직원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복리후생 수준(차량, 통신기기 및 비용, 멤버십, 의료지원)이나 스톡옵션 등을 통해 기업 지분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일반직원들과는 달리 고용 리스크가 높은 임원(일반적으로 임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높은 성과를 얻어 내고자 하는 기업의 목적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임원은 일반 직원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책임도 막중할뿐더러 금전적 보상도 좀 더 파격적으로 받는다. 특히, 고위 임원으로 갈수록 그 파격은 더하다. 재작년에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의해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은 보수 총액 5억 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되었는데 최고경영자 급에서는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십억 원 대의 연봉을 받는 임원도 나타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과연 이런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이 적정한 것인가 하는 논란과 함께 이렇게 많은 보수의 산정 근거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이 대상 기업들에게 보수 산정 기준도 함께 공개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밝힌 기업은 거의 없었다. 물론 뛰어난 실적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산정 기준과 절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액수만 보이게 되었으니 세간의 논란과 의문은 당연한 것이다. 구체적인 보수의 내역과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합당함을 입증한다면 이러한 논란과 의문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이투데이>
금전적 보상의 가장 큰 원칙은 “잘한 자는 많이 받고 못한 자는 덜 받는 것”이다. 말인즉슨 지극히 당연하긴 한데 이를 명확히 적용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즉,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자는 얘기인데 이토록 당연한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동일 직급 내에서 큰 차이 없는 연봉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과급 지급 시에도 직급 별로만 차등을 둘 뿐이지 동일 직급 내에서는 개별 성과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개별 성과를 반영하여 연봉을 산정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고정성 급여에 비해 변동성 급여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 고성과 임원들의 불만을 사는 곳도 제법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특히 재벌 그룹사들)”에서 일부 고위 임원들에 대하여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는 것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변동성 급여(즉, 성과급)의 비율을 높이고 인건비 효율이 증가하는 범위 내에서 과감히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하여 “성과 극대화”와 “임원 사기 앙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비금전적 보상
비금전적인 보상은 대표적으로 승진 및 보직 등 인사관리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화적, 혹은 언어적 특성상 사회적인 호칭이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무형의 보상이 금전적인 유형의 보상보다 심리적으로는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즉 “부장님”보다는 “이사님”으로, “상무님”보다는 “전무님”으로, “부사장님”보다는 “사장님”으로 불렸을 때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은 금전적으로 상승한 부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급이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좀 더 높은 자리로 직책을 옮겼을 때에도 이러한 개인적인 만족감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일례로, 어떤 회사의 본부장이라는 직책이 통상적으로 전무 직급의 자리인데 어떤 임원이 상무 직급의 위치에서 본부장으로 보직되었다면, 호칭은 “상무님”이 아닌 “본부장님”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같은 직급의 (본부장이 아닌) 상무들과는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러한 호칭 문제는 어떤 명문화한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아무리 고위급의 임원이라도 승진했다고 하여 별다른 호칭 변화가 없는 서구적 문화 -친근해지면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보통이다- 의 잣대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다. 인사관리를 통한 비금전적인 보상이 우리 문화권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에 대한 인사관리는 일반직원들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기업들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직원의 승진 시에는 대체로 포인트 제도를 많이 운영한다. 포인트 제도는 매년 인사 평가와 교육 이수사항 등을 점수로 합산하여 일정 연차가 됐을 때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면 승진시키는 방식이다. 차장, 부장 등 비교적 고 직급 승진 대상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진심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승진 시험을 보는 기업도 있으며 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임원 승진은 이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일단 임원 승진인사에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포인트 제도는 사실 큰 하자만 없다면 자동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임원 승진에 도입하기는 무리가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을 든다면 승진 연한이다. 임원 승진에서도 어느 정도 직급별 연한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일반직원보다는 훨씬 그 의미가 약하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더라도 임원으로 선발된 후 상무-전무-부사장까지 이르는 데에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 초고속 승진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그것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간의 성과와 보유 역량을 높이 평가하여 이처럼 파격적인 보상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다음 해 성과가 미진하거나 보유 역량이 더 이상 조직에 기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하루아침에 보직해임이나 심지어 해고를 당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도 일반직원에 대한 인사관리와 크게 다른 점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시행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은 컨설팅을 통해서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서든 나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임원 보상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마련된 제도대로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등기임원 보수가 공개되고 나서부터는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법에 의해 보수 산정 기준도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데에도 많은 기업들이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은 차치하고라도 총수 일가가 줄줄이 등기임원에서 사퇴하여 보수 공개를 기피한 사실은 보수 산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한층 증폭시켰다. (30대 그룹 총수 일가 등기임원 등재 계열사 2013년 275개사 → 2014년 204개사로 25.8% 감소, 자료 : 재벌닷컴) 그러면서도 경영 일선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좋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인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적 특성상 오너 일가의 각성이 필수적이다. 최근에 불거진 여러 가지 “갑질 논란” 등으로 재벌그룹이든 중견기업이든 오너 일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총수의 결단으로 스스로를 포함한 임원 보상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시행하는 것을 감독한다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이는 임직원들의 사기 앙양에도 직결되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