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계산, 합리적 판단,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완벽한 인간. 이를 전제로 발전해 온 아담 스미스 이래의 주류경제학은 빛나는 이론적 정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과는 괴리를 보여 왔다. 감정적이고 모순 덩어리인 인간의 럭비공 같은 경제행태를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경제학에 접목시켜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인 경제학을 완성함으로써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행동경제학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경제학의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 존재라는 철학적 전제와 전통적 인간관에 큰 충격을 준,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학문적 사건이며 과학적 변혁으로 일컬어진다.
이 책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 교수의 기념비적인 업적인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 ‘휴리스틱(heuristic)과 바이어스(bias)에 관한 연구’ 등을 비롯하여 행동경제학의 전반을 자세하고도 알기 쉽게 설명한 국내 최초의 대중적 입문서이다. 행동경제학의 기본 개념, 실생활에 적용한 갖가지 사례, 최근의 연구 동향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눈뜰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간의 경제행동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질의응답 식으로 풍부하게 소개하여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경제학 책을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이 책이 지니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문제1〉
지금 여러분이 TV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가정하자. 문이 3개 있고, 자기가 선택한 문을 열면 그 뒤에 있는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오직 1개의 문 뒤에만 자동차가 놓여 있고, 나머지 2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A, B, C 3개의 문 가운데 A문을 선택했다고 하자. 아직 문은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때 자동차가 놓인 문을 알고 있는 사회자가 C문을 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염소가 있을 뿐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사회자가 여러분에게 물었다.
‘A문으로 결정하셨습니까? B문으로 바꿔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처음 선택대로 A문으로 할 것인지, 아직 열리지 않은 B문으로 바꿀 것인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문제2〉
여러분은 10,000원을 받고 다른 사람과 나눠 가지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신의 몫으로 전액을 다 가져도 좋고, 일부를 자신이 갖고 나머지를 상대방에게 줘도 된다. 단 상대방에게는 거부권이 있다. 또한 상대방이 그 금액을 수락하면 당신의 제안대로 분배되지만, 상대방이 당신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여러분이라면 상대방에게 얼마를 주겠다고 제안할 것인가?
〈문제3〉
노트와 연필을 샀는데 합계 1,100원으로 노트가 연필보다 1,000원 비쌌다. 연필이 얼마인지 5초 이내에 답하라.
당신이라면 이 문제들에 대하여 어떠한 답을 하겠는가? 〈문제3〉에서는 아마도 대부분 연필이 100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 문제들은 본문에서 인간의 선택과 판단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언급한 흥미로운 실험들 가운데 일부이다.(정답은 본문 2장 참조)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아담 스미스 이래의 고전경제학(주류경제학)이 전제하고 있는 인간상은 합리적으로 선택, 판단하고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의지마저 굳은 완벽한 경제적 인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터무니없는 값의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며, 싼 게 비지떡이라 말하면서도 왕창세일에 넘어가고, 금연과 다이어트는 머리 속으로만 하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며 나약한 자연인이 아니던가. 이렇듯 주류경제학은 비현실적인 인간상을 경제주체로 가정하여 전개된 이론이므로 빛나는 이론적 정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과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단, 여기서 말하는 ‘비합리성’이란 제멋대로이고 정형화되지 않은 행동경향이 아니라 경제적 인간의 완전 합리성 수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즉, 비합리적이기는 하나 일정한 경향을 갖고 있고, 따라서 예측가능한 것이다. 아러한 행동경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러므로, 다니엘 카너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감에서 ‘우리들(카너먼과 트버스키)이 한 일을 인간의 비합리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휴리스틱(heuristic)과 바이어스(bias, 편향)에 대한 연구는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 행동경제학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niel Kahneman) 교수는 경제주체의 의사 결정이 반드시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을 수립하여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인 경제학을 완성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주류경제학의 이론에 심리학의 연구 성과와 다양한 실험방법을 접목한 그는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을 뛰어넘는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 공로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사회현상이 발생하는가를 고찰하는 학문이다. 즉 인간행동의 실제와 그 원인, 그것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경제학이다. 오늘날의 경제학은 빈틈없이 완벽한 사람들의 합리적 손익계산보다는 감정의 비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학자는 “인간의 행동이 ‘이성과 감정이라는 두 마리 말에 이끌리는 쌍두마차’라는 비유는 옳지만, 이성은 작은 조랑말일 뿐이고 감정은 커다란 코끼리만 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음이 인간행동을 결정하고, 인간행동이 경제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마음(mind)으로 움직여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다 ―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
행동경제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연구자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과 다니엘 카너먼을 들 수 있다. 둘 다 경제학자가 아니면서 1978년과 2002년에 각각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경제학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먼은 인간의 선택에 대한 심리학 연구의 기본 관점을 제시하였다. 즉 경제학적 합리성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가 인간에게 주어지지도 않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으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었다고 보는 것이다,(제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
카너먼과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동료 연구자 트버스키는 이러한 기본 관점에 입각하여 실제 인간의 행동이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다르게 나타남을 실험을 통하여 입증함으로써 인간의 선택을 실질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하였다. 1979년에 발표된 기념비적인 이 이론은 주류 경제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출발점이 되었다.
프로스펙트 이론이 기대효용이론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기 위해 다음 예를 살펴보자.
1. 10만원을 가지고 있고 다음의 두 선택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a. 0.5의 확률로 10만원을 더 받거나 0.5의 확률로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것
b. 1의 확률로 5만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
이 경우 사람들은 대개 b를 많이 선택한다. 자 그러면 아래의 상황에서는 어떠할까?
2. 20만원을 가지고 있고
a. 0.5의 확률로 10만원을 잃거나 0.5의 확률로 아무 것도 잃지 않는 것
b. 1의 확률로 5만원을 잃는 것
여기에서는 b보다는 a가 더 많이 선택된다. 기대효용이론에 근거하면 이는 모순된 선택행동이다. 왜냐하면 1과 2의 최종 자산 상태는 동일하므로 1에서 b를 선택했다면 2에서도 b를 선택해야 동일한 효용에 근거해 이루어진 일관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스펙트 이론으로는 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보이는 선택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사람들이 최종 자산상태에 대한 효용의 비교로 선택을 하기보다는 상황을 이득 또는 손실로 먼저 파악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득으로 보게 되면 위험을 회피하는 태도를 갖게 되어 불확실한 결과보다는 확실한 결과를 보다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상황을 손실로 보게 되면 위험을 추구하는 태도를 갖게 되어 확실한 손실보다는 불확실한, 그렇지만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대안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본다.
- 목 차 -
감수의 글
추천의 글
들어가는 말
제1장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행동경제학의 탄생
경제적 인간·신과 같은 인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인
경제적 인간의 조건
경제적 인간 가설에 대한 옹호론
행동경제학이란?
경제학과 심리학은 하나였다
재주꾼 허버트 사이먼
인지심리학의 탄생
행동경제학의 성립
실험경제학과의 차이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몬티 홀 딜레마
확률 이해의 어려움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논리적 추론
미인투표 게임
최종제안 게임
게임 이론과 합리성
죄수의 딜레마
사람은 합리적인가?
인간의 대단한 능력
제3장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직감'의 기능
휴리스틱이란 무엇인가
이용가능성 휴리스틱
이미지화 용이성
사후판단 편향
대표성 함정
도박사의 오류
평균으로의 회귀
기저율을 무시한 믿음
기준점 효과와 조정
전문가도 유혹당한다
신속하고 간결한 휴리스틱
공중 플라이볼을 위한 휴리스틱
2개의 정보처리 프로세스
직감이 힘이 된다
린다 문제
여러 가지 휴리스틱
로봇 프레임 문제
인간도 프레임 문제로 고뇌한다
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이론―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판단
변화의 감각
가치함수
준거점 의존성
민감도 체감성
리스크에 대한 태도
손실회피성
가치함수의 수치 예
확률가중함수
확률가중함수의 예시
확실성 효과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
엘즈버그 패러독스
제5장 프로스펙트 이론(2) 응용―'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구속됨
준거점 의존성·손실회피성과 무차별곡선
보유효과와 현상유지 바이어스
수취와 지불의 차
시장에서의 보유효과
현상유지 바이어스
공정을 둘러싸고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분배의 공정성
제6장 프레이밍 효과와 선호의 성향―선호는 변하기 십상이다
프레이밍 효과란
정책과 프레이밍 효과
초깃값 효과
화폐착각
심적 회계
매몰원가 효과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
선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중간대안이 선택된다
이유 있는 선택
스토리가 있으면 선택된다
선택대안은 많을수록 좋을까?
만족화와 최대화 인간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시간선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이자율과 할인율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지수형 할인
쌍곡형 할인
2가지 형식의 할인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마이너스 할인율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역전되는 선호
시간해석이론
시간해석의 원인
희망과 실현가능성
현재지향 바이어스와 시간해석이론
건강과 할인률
다른 시점 간 선택의 어려움
Peak End 효과
냉수실험
금전적 이익의 평가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선호
3개의 효용개념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
제8장 타인을 돌아보는 마음―사회적 선호
신뢰로 성립된 경제
공공재 게임
위태로운 협력관계
조건부 협력
처벌의 도입
처벌의 동기
제3자에 의한 처벌
처벌과 감정
강한 상호성
행동의 의도
'세상'이란 참조 그룹
평판 형성과 간접적인 상호성
인정을 베풀면 반드시 돌아온다
간접적인 상호성 게임과 공공재 게임
경제적 인간과 호혜적 인간의 상호작용
처벌의 역효과
처벌로 저하되는 윤리
최종제안 게임
제안과 거부의 동기
최종제안 게임과 의도
경쟁 하에서의 거래
문화로 달라지는 행동경향
경제학을 배우면 이기적이 된다?
제9장 이성과 감정의 댄스―행동경제학의 최전선
1. 감정의 움직임
휴리스틱으로서의 감정
몰입 수단으로서의 감정
피니스 게이지(전두엽 손상과 성격변화)
전두엽 손상 환자 엘리엇
소마틱 마커 가설
도박 과제
2. 신경경제학
뇌의 구조와 활동
신경경제학의 방법과 대상
뇌와 효용
이익의 기대도 쾌감
화폐도 효용을 초래한다
리스크와 모호성
다른 시점 간의 선택
협력, 처벌과 쾌감의 감정
옥시토신과 신뢰
3. 진화의 힘
협력행동의 진화
생물학적 적응도와 경제적 이익
혈연관계와 호혜성
문화적 진화
집단의 도태
문화의 변이(차이) 유지
규범의 내부화
사회적 감정
협력을 유지하는 천성적 능력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결국 사람은 합리적인가?
맺는 말
주요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