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의 채용 의뢰 요청을 받고 인재를 찾다 보니, 정말로 딱 맞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느낍니다. 적합한 후보자를 발견해서 고객사에 추천해 무사히 채용이 성사되는 과정은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는 후보자의 이슈이든 고객사의 이슈이든 사전에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복합적인 리스크들이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채용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들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늘상 그런 행운이 깃들지만은 않습니다.
고객사로부터 구인 의뢰 요청을 받으면 우선 인재 서치가 시작됩니다. 적합한 후보자가 네트워크 상에 있거나 개인 데이터베이스(DB, Database)의 Long List에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구직자들이 포털이나 웹상에 올린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들을 통해 직무 연관성이 높은 후보자들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물론 최근 이슈가 되기도 했던 가짜 이력에 대한 부분까지 검증하고 확인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본인이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서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합니다. 이력서와 경력기술서의 기재 사항에 대한 팩트체크(Fact Check)는 또 다른 업(業)의 영역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즉, 이력서 기재 내용과 ‘JD(Job Description)’로 불리는 ‘채용 의뢰서’ 내용과의 적합도 부분을 검토합니다. 적합도가 높은 후보자를 찾았다면 하나의 관문은 통과했습니다.
두 번째 관문은 서치를 통해 찾은 후보자의 마음입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처럼 지원 의향 여부는 랜덤(Random)입니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기준,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본 연봉 베이스와 네임 밸류(Name Value)가 좋은 고객사라면 흔쾌히 후보자의 승낙을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직무나 직급 레벨(Role Level)이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훌륭한 복지(Welfare), 직주 근접성(Location), 수평적인 기업문화(Horizontal Company Culture), 스톡옵션(Stock Option) 등 여러 어드밴티지들(Advantages)이라도 뒤따라야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마음을 얻었듯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어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고객사의 끌리는 포지션이라면 후보자가 ‘삼초고려(Three(3)-Second Consideration)’하고 승낙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결국 후보자가 마음에 들고 보람과 만족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회사의 포지션이라는 생각이 들면 흔쾌히 서류 전형에 지원해 보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후보자의 지원 의향을 명확히 득(得)한 이후에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토대로 프로파일(Profile)이 작성되고 추천이 진행됩니다. 고객사에 제출된 추천 양식은 서류 심사라는 관문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회사의 서류 전형에서 통과하여 합격 통지를 받게 되면 여러 종류의 채용 절차와 같은 넘어야 할 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COVID-19) 팬데믹(Pandemic)의 영향으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실시하는 회사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면접 전형에 통과하고 못하고를 떠나 우선 후보자가 회사를 방문해 면접장에 직접 가야 합니다.
예전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서 봤던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의 메시지처럼 면접 전형의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우선 면접장에 후보자의 일생이 참석해야 합니다.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인생이 달려있는 일이라 면접장에 가기까지 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도 직원 하나 잘못 뽑으면 생존과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근래 언론 기사에 보도된 회계 담당 직원의 횡령 사건 같은 곤란한 사태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도 인성검사, 프레젠테이션, 1차 면접, 2차 면접, 평판 조회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절차들을 채용 프로세스에 가미하기도 합니다.
결국 후보자가 면접을 무사히 마치고 넘어야 할 퀘스트(Quest)들도 다 돌파하고 경쟁 후보자들과도 차별화된 퍼포먼스(Performance)를 보여준다면 채용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로서 회사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이른 바 최종 합격에 ‘성공(Success)’하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연봉이나 직급 등 처우 협상이나 입사 날짜 결정, 실제 입사하는 부분까지 모두 잘 진행되어야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회사는 정말로 그 인재를 발견한 것입니다. 회사도 후보자도 모두 Win-Win입니다.
KT부사장 신수정님의 책 <일의 격> 160쪽 ‘당신은 누구를 발견했는가?’에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수학과 교수 G. H. 하디(Godfrey Harold Hardy)는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을 발견한 일을 본인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인류의 수학 발전에 기여한 누군가를 발견한다는 것. 정말 위대한 발견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발견한다는 것. 인재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커리어나 가치에 알맞은 처우를 받게 되거나 본인 커리어의 확장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영속성과 성장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수혈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얼마나 값진 일입니까?
*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에 관해서 말할 때 택시번호(taxicab number) "1729"에 관한 일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1918년 입원중이던 라마누잔을 하디가 문병왔을 때, 하디는 자신이 타고 온 택시의 번호가 1729로 매우 평범한 숫자였다며 툭 던지듯이 말했다. 그러자 라마누잔은 그 자리에서 “아뇨, 매우 흥미로운 숫자입니다. 서로 다른 세제곱수 2개의 합으로 나타내는 두가지인 가장 작은 수거든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택시 번호판 속 1729라는 네 개의 숫자는 모두 수식 "1729 = 13 + 123 = 93 + 103"로 이루어졌다. 멀리서 봤을 때는 하디의 말처럼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해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관찰하면 라마누잔이 통찰했듯 "서로 다른 두 세제곱의 합으로 표현되는 가장 작은 자연수"임을 알 수 있다.
[출처] 라마누잔의 수학 – 과학의 지평 (kias.re.kr)
장재혁 컨설턴트 / jjh@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