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은 마라토너들에게는 가장 축복받은 계절입니다. 독서를 하기에도,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지만, 무엇보다도 가을은 러닝을 하기에 최적화된 날씨 입니다. 마라톤은 지구력 운동이지만, 어떻게 보면 멘탈 운동이라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025년 러닝계를 강타한 히트상품은 단연, 슬로우 러닝입니다. 슬로우 러닝은 1KM 를 8분대 전후로 뛰는, 조깅보다는 느리고, 걷기보다는 조금 빠른 속도를 말합니다. 슬로우 러닝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러닝이 근력을 많이 소모하고 지구력이 많이 필요한 반면에 슬로우 러닝은 운동효과는 좋으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한 힘과 스피드가 필요한 러닝은 우리 몸의 탄수화물을 먼저 태우는 운동인 반면에 슬로우 러닝은 우리 몸 속에서 지방을 먼저 태우는(운동원으로 하는) 운동이라서 다이어트 효과에도 가성비가 뛰어난 운동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야흐로 마라톤 인구 천만명 시대에 다양한 형태의 러닝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슬로우 러닝도 그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젊은 러닝 크루들의 다양한 러닝문화가 단단히 한 몫을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걷기와 슬로우 러닝의 차이점은 슬로우 러닝은 분명히 러닝이라는 점입니다. 슬로우 러닝을 하면 달리기(러닝) 와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걷기보다도 더 느릴 수도 있는 슬로우 러닝 크루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러닝을 하게 되면, 온몸 운동으로 우리 몸 속의 장기들이 각자 자리를 잡아가면서 뛰어난 심폐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국내 마라톤 3대 메이저 대회인 JTBC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춘천마라톤, 동아마라톤이 연이어 개최가 됩니다. 그래서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러너들은 여름부터 본격적인 시즌 운동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 첫 단추가 바로 슬로우 러닝이었는데, 이런 하나의 운동법을 가지고 새롭게 많이 생겨난 러닝 크루들이 발전시켜서 슬로우 러닝 크루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은 온전히 “자기와의 대회의 시간” 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슬로우 러닝은 그러한 자기와의 대회의 시간을 두 배로 갖을 수 있는 좋은 운동법입니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그냥 지금 무조건 밖으로 나가시기만 하면, 누구나 슬로우 러닝 크루가 되실 수 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지만, 슬로우 러닝을 통해서 세월의 속도를 늦춰보는 것이, 요즘 이 시대에 가장 핫하게 유행하는 “저속노화” 의 한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박중호 컨설턴트 / pjh@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