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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Plus 2005년 12월호] 업종별 이직 성공 케이스 - 두번째 '금융'
   전문 헤드헌터 17人이 전하는
오경훈
엔터웨이 컨설턴트

1997년 대한민국이 국가부도, 즉, 모라토리움 상태로 빠지자, 한국의 금융시장은 혹독한 환경변화와 구조조정의 거센 물결을 피하지 못했다. "대마불사"라는 말을 비웃 듯 모라토리움의 직격탄을 맞은 수 개의 거대그룹과 그 관련 금융계열사는 영업을 거의 중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의 모라토리움 이전, P씨는 업계 중위권 증권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아직 발전하지 못한 한국의 증권상품시장을 적극 개척, 새로운 상품을 해외투자자들에게 매각하여, 회사에서 인재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룹이 모라토리움의 직격탄을 맞아 그도 실직의 아픔을 겪었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타 증권사로의 이직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1년 가까이 이곳저곳을 방황하기도 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과거 고객이었던 미국의 거대

 

펀드운용회사로 이직에 성공하였다. 현재 그는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 증권회사의 Investment Banking 부문, 즉. 기업체의 해외자금조달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성공 이직 과정에서는 과거 중위권 증권사에서의 경험이 한 몫을 했다.

P씨는 미국의 유명대학 MBA출신으로 MBA과정 졸업 후 모 외국계 은행에 입사하였으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증권회사로 이직했고 자신이 배운 것을 응용하여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1980년대 한국의 빠른 경제발전의 성과로 199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의 주식시장은 급상승하였고 일본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세계시장의 투자자금이 한국과 같은 아시아시장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었다.많은 국내 기업들도 국내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매우 유리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해외자금시장에 문을 두들겼다. 기업들의 기존 증권상품을 통한 해외자금조달은 외국계 증권회사와 상위권 국내증권회사의 몫이었기 때문에 중위권 증권회사로써는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살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증권상품이 아닌 국내시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상품으로 해외투자가들을 설득해 나갔다. 중위권이라는 회사의 역량부족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상위권 증권회사에서 근무하였다면 기존상품에 안주하여 새로운 상품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투자가들을 유혹할 수 있는 새로운 증권상품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증권상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국내 증권관련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증권시장환경 및 기업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의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 도전의식과 노력이 해외투자자들에게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로 인정받는 주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아직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채용되는 경력사원의 수는 결코 많지 않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력사원 채용시장은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인재들만의 시장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력시장 내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력은 풍부하다고 여겨지나 전문가 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 이직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국내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해외유학파나 영어를 잘 구사하는 인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언어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갖추어져 있는 인재들은 금년부터 2006년까지 이직을 고려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금융시장이 구조조정을 거치며, 과거와는 달리 안정적인 구조가 되어가고 있어, 향후 한국금융산업의 발전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하나 둘씩 한국시장에 신규로 진출하거나, 기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도 규모를 키워가며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에 능하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형 외국계 금융기관의 현지화 전략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 금융계에서는 저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개인자산운용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은행, 증권, 보험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서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간접투자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과 관련된 인력과 상품개발과 관련된 인력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상품을 전문적으로 잘 팔 수 있는 Financial Planner, Private Banker의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금년 12월 퇴직연금제도 실행을 앞두고 있어 자산운용산업의 관련인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할 것으로 판단된다.

MBA과정을 졸업하고 MBA 이전 경력과 무관하게 증권 등 금융업으로의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연봉이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업종 변경, 특히 성장가능성이 많은 자산운용이나 Investment Banking 부문으로의 이직을 위해 MBA를 취득하는 것이라면, 30대 초반에 MBA를 취득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전문인력시장에서는 30대중후반에 타 직종으로의 전직은 쉽지 않다. 회사 내에서 실무를 익숙하게 처리하는 시기가 30대 중후반(과차장급)이고 관리자로 접어드는 나이가 40대 초중반(차부장급)이라고 한다면, 30대 중후반에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는 좀처럼 갖기 힘들다. 이 시기에 증권업으로 이직을 원한다면, 그 업종 내에서 남들이 선호하지 않은 부서나 업무 또는 영업직 등에 연봉과 상관없이 입사하여 능력을 발휘하고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증권업의 평균 수명이 짧다는 것을. 반대로, 증권 전문가들이 30대 중후반 이후에 타업종에서 다른 비전을 찾기 위해, 또는 증권업에서의 수명이 짧아, 풍부한 금융지식을 토대로 일반제조업체, 서비스, IT업종 등 타업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직 시에는 단기적인 연봉에 크게 구애 받지 말고 회사의 전망과 회사에서의 자신의 입지 구축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회사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 힘든 포지션이라면, 환경이 매우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