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F 광고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여대생의 모습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어린이들과 놀아주러 간다.
또 데이트하다가 ‘우리 춤추러 갈까?’하고는 독거 노인의 집에 가서 발로 이불 빨래를 밟으며 춤을 추듯 빨래를 한다. 잠깐 보는 그 장면에서 훈훈함이 느껴지고 그 따뜻함은 이 한여름에도 싫지가 않다.
우리에게는 토막시간들이 있다. 뭔가를 끝내고 시작하기 전 짬짬히 남는 그 시간에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하루의 1%가 15분이다. 그래서 어느 책 제목은 ‘하루의 15분이 인생을 좌우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1%를 책을 읽거나 미루었던 안부 메일을 쓰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만 해도 머지않아 준전문가의 경지에 다다를 듯 하다. 해외 출장을 갈 때면 미리 엽서를 10장쯤 가방에 넣어서는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십여분, 호텔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또 십여분에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어느 CEO의 방법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런가 하면 쉴때는 완전히 푹 쉴 필요도 있다. 너도 나도 휴가 계획에 다소 들뜨는 요즘 어디를 가서 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심신을 아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도 휴식의 참 의미가 될 것이다. 얼마 안되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은 수면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짬이 생기면 일부러라도 토막잠을 자 두려 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스케줄이 빠듯한 일정 중에도, 잠깐의 틈을 이용해 단 20분이라도 자고 나면 마치 새 날이 시작되는 양 피로가 싹 가신다. 만약 미팅 약속 시간까지 30분간의 여유가 있다면, 식사는 운전하며 차 안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때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간을 낮잠에 투자하는 쪽이다. 이번 휴가에는 정말 내가 얼마나 잘 수 있는지 한도 끝도 없이 자 볼 요량이다.
웰빙 열풍과는 상관없이, 우리들 인생에 있어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휴식과 여유를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에게서는 이끌림 대신 가련함이 느껴진다. 가끔씩 모임을 갖는 친구들 중에 하나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대신 항상 바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사실 그가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놀러 가는 자리를 등한시하거나 빠진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약속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는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또한 모임 참석 여부를 항상 끝까지 망설이다가 가장 나중에 결정하곤 한다. 그래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바쁘고 정신 없으며 일에 쫓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일에 있어서 유능하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노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가만히 보면 이 사람은 놀 때는 충실하게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놀 뿐만 아니라, 바쁜데 참석할 수 있겠냐고 물어도 당연히 ‘놀 때는 놀아야지’라든가 ‘그런 자리에 빠질 수는 없죠’라며 흔쾌히 모임에 참석한다. 똑같이 바쁜데도 위의 경우와는 달리 어딘지 여유 있어 보이고 풍요로워 보이는 것이다.
여행이든 운동이든 하다 못해 10분간의 낮잠이든, 휴식의 방식은 각자의 마음이다. 대신 열정적으로 쉬어라. 헬렌 니어링은 우리가 건강과 장수를 위해 실천에 옮길 몇몇 지침을 소개한다. 그것은 적극성,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적당한 바깥일과 깊은 호흡 등이라고 한다. 그 대신 약, 의사, 병원을 멀리 하라고 한다.
잘 쉴 줄 아는 사람에게서는 따뜻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휴식은 우리의 몸을 수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짧은 시간의 휴식에도 인간의 몸은 놀랄 만한 수리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 데일 카네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