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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곱셈의 리더십
농경 사회에서는 아침에 해가 뜨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쉬거나
짚신을 삼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8시간 3교대, 12시간 2교대 등으로 시간을 인위적으로 쪼개 쓰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렇게 인간 공동사회의 생활을 규제하고 속박하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작용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화 사회는 365일 24시간 아무때나 편리한 시간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TV 등으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며, 쇼핑이나 오락을 즐길 수도 있는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시간이라는 개념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원’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부여된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현대적 버전은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며 놀았던 베짱이가 음반을 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각색됐다. 멋진 일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즐겁게 노는 것 자체가 밥벌이가 되는 꿈 같은 직업이 하나 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 혁명은 분명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비트에 의해 지구 전체는 실시간으로 묶이고 인간의 공간은 지구 전체로 확장됐다.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과 IT의 괄목한 발달로 생활방식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시절은 이른바 아날로그 시대로서 무엇이든지 매사가 더하거나 빼는
단순 연산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즉 어느 한 부분이 모자라도 전체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었던 행복한(?) 시절이었다고나 할까.
또 어느 한 부분을 조금만 잘하면 만회가 가능한 시절이기도 했다.
‘더하기와 빼기’라는 1차원적인 산술 개념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비슷한 것이 너무 많아 웬만큼 노력해서는 우위를 확보할 수가 없게 됐다.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참패를 거듭하는가 하면,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미미함에 실망할 때도 많아졌다.

근본적으로 디지털은 아주 논리적인 룰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마치 룰이 없는 혼돈이 뒤엉켜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여러 기능을 99% 수준으로 올려도 어느 한 부분이 70% 수준이라면 전체는 낮은 70% 근처로 추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바로 빼기와 나누기 현상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숨쉬고 경쟁하고 있는 디지털시대가 곱셈의 시대고, 2승과 3승의 시대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덧셈이나 곱셈이 지배하는 시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곱셈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로 꼽히는 존 맥스웰은 “한 사람의 리더십은 자신의 성공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공까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이러한 ‘영향력’에 따라 리더의 유형을 덧셈·뺄셈·곱셈·나눗셈 형으로
나누고 있다.
대체로 뺄셈·나눗셈형 리더는 조직의 성공을 가로막고 조직의 건강을 해치며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중대한 위협요소가 된다.
반면에 덧셈형이나 곱셈형 리더는 조직에 활력을 넣고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혁명은 조직을 평등화하면서 기존의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을 분권화시키고 있으며,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사회를 수평적이고 네트워크형 사회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양방향 의사소통의 증대는 정치사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올해 말에 있을 대선과 내년에 이어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심한 부침이 있고
아날로그적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소시민으로서는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사회구성원은 누가 ‘더하기’와 ‘곱하기’의 리더고 애매모호하지 않은지를
냉철히 지켜봐야 하겠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갈라서기’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는 이제 과감히 버리고 네트워크형 정치형태로 거듭나야 하겠다. 

디지털시대는 곱셈의 리더, 2승과 3승의 리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글쓴이 : 이덕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소기업지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