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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0점짜리 이메일은 포기하고 세 가지만 기억하자
직장인들이 하루 업무 시간 중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은 이메일 관련 업무다. 조사 기관에 따르면 업무 시간의 20–30%를 이메일을 읽고 답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메일을 잘 쓰는 법, 관리하는 법에 관한 글들이 넘쳐난다. 이런 글을 읽으면 내가 정말 이메일을 못 쓰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거 해라, 저거 조심해라, 이런 조언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한꺼번에 적용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전문가들의 기준에 따르면 내 이메일은 100점 만점에 10점인데, 하루아침에 100점짜리 이메일을 쓰려고 하니 또 다른 스트레스다. 그러지 말고 딱 세 가지, 본인은 물론 본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딱 한 단계 정도만 올릴 수 있는 팁 세 가지를 알아보자. 정말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메일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10분이면 보낼 수 있는 이메일에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럴 필요 없다. 상대방은 10분 동안 쓴 이메일과 1시간 동안 쓴 이메일을 잘 구분하지도 못한다. 대신 정말 중요한 요소만 신경 쓰면 충분하다. ‘이메일을 보내려면 10가지를 충족해야 해, 잘 지키세요’라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 ‘이거, 이거, 이거 세 가지만 조심하면 큰 무리 없을 거예요’라는 식의 접근 방식이다.


하나, 이메일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쓰자
하루는 고객이 아래와 같이 이메일을 보냈다.

제목: 고객 분류 작업 일정 문의

안녕하세요, 마크 매니저님,
B사의 A매니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진행하는 고객 분류 작업과 관련해서 문의드립니다.

저희 쪽에서는 이번 주 목요일까지 완료되었으면 하는데요.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떤지 공유 부탁드립니다. 목요일까지 작업을 완료해주시면, 저희 쪽에서 다음 주에는 분류 결과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아울러, 지난번 미팅에서 추가로 검토해주기로 하셨던 프로젝트 인원 보강에 관한 내용도 함께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 내가 보내야 하는 이메일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고객의 이메일을 분석해야 한다.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 진행 중인 고객 분류 작업의 진행 상황 공유 요청
● 목요일까지 완료해주면 다음 주 캠페인 진행 계획
● 별개로 인원 보강에 관한 검토 결과 공유 요청

이제 이메일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졌다. ‘고객 분류 작업이 목요일까지 완료 가능한 일정인지에 관한 답변’이 이메일 회신의 목적이다. 따라서 회신에는 반드시 목요일까지 완료 가능한지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만약에 목요일까지 완료하기 위해서 선결 조건이 있다면 이를 알려야 한다.

인원 보강에 관한 검토 결과는 이번 회신의 핵심은 아니다. 검토가 마무리됐다면 함께 답하고, 그렇지 않다면 ‘검토 중이며 언제까지 회신하겠다’는 정도로 커뮤니케이션해도 문제없다. 따라서 회신은 아래 정도로 작성해도 충분하다.
RE: 고객 분류 작업 일정 문의

안녕하세요, A 매니저님,
C사 마크 매니저입니다.
문의하신 고객 분류 작업 일정에 관해서 아래와 같이 회신드립니다.

먼저, 현재 고객 분류 작업은 데이터 수집 및 분석까지 모두 완료하고 이미 합의한 기준에 따라서 분류 작업 및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저희가 화요일 오전에 전달 드릴 예정인 시뮬레이션 결과에 관한 피드백을 수요일 오후까지 주시면 요청하신 대로 목요일까지 고객 분류 작업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문의하신 인원 보강에 관해서는 아직 검토 중입니다. 이 사항에 관해서도 목요일까지 검토 완료 후 회신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고객이 더 이상 물어볼 여지도 없다.

이메일을 쓰는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둘, 이메일은 길게 쓰는 것이 아니다
이메일을 쓰고 나서 너무 짧으면 불안해하는 이들이 있다. 뭐라도 더 써야 할 거 같은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살을 붙여 본다. 하지만 이메일은 길게 쓰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이메일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것이다. 대화와도 같은 것이다. 대화할 때 중요한 것이 말의 길이가 아닌 의사 전달이듯, 이메일 역시 의사 전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자, 고객사에서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자.
제목: 카드 섹션 뉴스 작업 소요 시간 문의

안녕하세요, B사 A 매니저입니다.

이번에 진행 중인 신제품 홍보 보도자료와 관련해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카드 섹션 뉴스로 작업했을 때 작업 소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문의드립니다. 이럴 경우 기존의 홍보 일정에 차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맞다, 고객사는 이메일을 짧게 쓰는 경향이 있다. 고민해보자. 고객사가 두 문장으로 문의를 했는데 난 몇 줄로 회신해야 하는 걸까? 일단 A 매니저의 이메일을 분석하면 두 가지다.

● 신제품 홍보 보도자료를 카드 섹션 뉴스로 작업했을 때 소요 시간
● 기존 홍보 일정에 차질 가능성 여부

그러면 회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RE: 카드 섹션 뉴스 작업 소요 시간 문의

안녕하세요, A 매니저님,
C사 마크 매니저입니다.

문의하신 카드 섹션 뉴스 작업은 8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실제 디자인 작업은 4시간 정도 소요되며, 8시간은 피드백 반영 후 추가 작업까지 포함한 시간입니다.
홍보 일정은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8시간 추가 작업을 하더라도 일정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행 여부 검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내용은 다 사족이다. 사족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버릇이 되어 오히려 자신을 피곤하게 한다.


셋, 헷갈리는 표현을 사용하지 마라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이메일이 이해하기 어렵다. 아래 이메일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제목: 업무 협조 요청

안녕하세요, 마크 매니저님,
B부서 A 매니저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해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요청하신 결제 조건 CRM 데이터에서 조회해야 하는 분류표와 제품 D 매니저에게 확인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분명히 이메일 본문 내용은 한 줄 뿐인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여러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 ‘효율성 제고를 위해’가 ‘요청하신’과 ‘확인 요청드립니다’ 둘 중에 어느 것과 매칭되는지
● ‘요청하신’이 ‘CRM 데이터’와 ‘분류표와 제품’ 둘 중에 어느 것과 매칭되는지
● ‘D 매니저에게 확인 요청’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래와 같이 바꿔보면 어떨까?
제목: 업무 협조 요청

안녕하세요, 마크 매니저님,
B부서 A 매니저입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해서 요청 사항 전달 드립니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결제 조건이 포함된 CRM 데이터를 요청하셨는데요.
해당 CRM 데이터에서 실제 조회해야 하는 분류표와 제품에 관해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담당자인 C 매니저에게 확인 후 금요일까지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긴 문장을 두세 문장으로 쪼개고, 지나치게 명사화하거나 ‘을’ ‘를’ 같은 조사를 없애는 것을 지양하고,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명확히 구분하면 의사 전달이 명확해진다. 이 작업은 어렵다기보다는 처음에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치며
이메일은 완벽할 필요 없다. 위 세 가지 정도만 반영해서 이메일을 쓴다면 절대 욕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몇 년에 한 번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이메일을 받아 본다. 하지만 나에겐 완벽한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빨리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필요하다. 자, 위 세 가지만 기억하고 지키려고 노력해보자.

출처: Mark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