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가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새 정부는 여성 차별 철폐를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직장 여성 열명중 일곱명 이상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연봉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
다는 조사 결과가 얼마전에 나왔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직장내 차별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성에 대한 직장내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엔터웨이 박운영 이사 나오셨습니다.
1. 국내 여성 인력들의 직장내 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 좀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한 인터넷 기업 조사에서 직장 여성의 72%가 승진과 연봉에서 남성에 비해 손해
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실제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해보시죠.
- 물론 미국에서도 여성이 기업의 간부로 승진할 때 보이지만 않지만 엄연히 성차별 장벽이 존재한다고 해서 `유리 천장’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 500대 기업 임원진중 여성 임원 비율은 항상 30%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동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14개 공기업 및 정부 출연기관 종사자중 여성 비율이 10% 이며 부장급 이상 여성 비율은 0.5%에 불과했습니다.
- 또 지난 2000년 기준으로 국내 3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여성중 과장급 이상은 고작 4.2%였습니다.
기업들이 주주총회가 끝나고 내놓는 결산 자료들을 한번 보세요.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남녀로 구분해서 쓰고 있는데 그 격차가 상당합니다. `찬밥’ 신세라고까지 말하는 여성분들도 계시더군요.
2. 취직할 때부터 성차별이 있지 않습니까?
- 그렇습니다. 우선 사회에 진입할 때부터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비서나 경리, 홍보 업무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주로 수행해온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 면접때마다 “여자인데 이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는 질문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헤드헌팅 업계의 경우에도 고객사들이 반드시 남성만을 채용하겠다고 원천적으로 기회를 제한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채용공고에 남녀 불문이라고 써놓는데도 “여자도 뽑나요?”라는 여성 구직자들의 문의 전화가 꽤 많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채용공고에 남녀 구분을 하지 못하도록 한 바람에 기업들이 여성 구직자의 이력서를 받으면서도 아예 거들떠도 안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 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지만 여성의 능력보다는 외모가 채용 여부의 기준이 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 역시 성차별이죠.
3. 어렵게 입사하고 나서는 어떻습니까?
-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는 결혼과 육아로 인한 차별이 문제가 됩니다. 결혼을 할 경우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이냐”고 묻는 상사들이 있지요. 비교적 알려진 국내 컨설팅회사의 경우 여성이 결혼을 하면 당연히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처럼 최고경영자들이 생각하고 있더군요. 법이 보장한 출산 휴직을 시행하느냐는 제 질문에 “우리 회사는 창사 이후 그런 예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돌려서 말씀하시더라구요.
- 경력자 채용 때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성 최고경영자가 있는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경력자를 뽑으면서 미혼이거나 아예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는 기혼 여성만을 뽑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결혼한지 얼마안 돼 임신을 할 가능성이 있거나 아이가 아직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기혼 여성으로서는 엄연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죠.
- 이 과정을 벗어나면 중간 관리자 승진 때 또 한번의 차별이 있지요. 남자 직원중 “여성 상사 아래에서 일하면 승진할 기회가 적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성 간부 아래에 있는 남성 직원들이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최근 우리 사회에 여성 장관들이 입각 직후에 다양한 형태의 시련을 겪는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지요.
4. 그래서 여성들이 외국기업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요
- 매우 평범한 얘기이지만 외국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급여나 승진 기회 등 모든 것이 똑같습니다. 우선 입사때 제출하는 이력서상에 남녀 구분 조항이 없습니다. 경영 지원 업무뿐만 아니라 기업의 핵심 부서인 기획, 영업, 인사, 마케팅, 심지어 엔지니어 부서까지 능력있는 여성들을 배치합니다.
- 나아가 출산과 육아 등 여성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들이 눈에 두드러지게 많기 때문입니다. 출산 휴가 사용하는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도록 제도가 짜여져 있는 것이죠. 국내 기업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사내에 육아실을 설치해둔 주한 외국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모 외국계 제약업체는 90년대 중반 이후 여성인력을 집중 채용해 현재 전 직원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매출이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 능력있는 여성인력의 채용을 들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의료비 지원 대상에 친정부모가 포함돼 있습니다. 또다른 외국계 생활용품 회사는 남성들에게도 1년 미만의 유급 육아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5. 국내 기업에서도 여성 인력에 대한 기업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
- 국내 기업의 변화는 93-94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포스코, 삼성, 대우 등이 대졸 여사원을 별도로 대규모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때 입사해 현재 `생존’해 있는 여성 인력들이 이제 과/차장급으로 성장했지요.
- 이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꾸준히 여성 인력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올 임원인사에서 30-40대 여성 3명이 샐러리맨의 별이라는 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삼성화재는 평소 1-2명이던 여성 간부 승진자를 올해 11명으로 늘렸습니다. 고졸 출신이 3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삼성SDS는 3년 안에 여성 인력 비율을 현재 10%대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지요.
- 또 미흡하기는 하지만 각 그룹사마다 여성 임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외부 스카우트에서도 여성들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총수 일가 외에는 여성 임원을 찾기 어려웠던 점과 비교가 되지요.
- 여성 인력 채용을 전통적으로 거부해왔던 해운업체도 한진해운이 올해 신입사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뽑는 등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 콜센터 운영업체나 학습지 업체 등 여성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기업들도 비정규직 여성에 의존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요즘은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이는 등 우수 여성 인력을 확보하려는데 무척 애를 쓰는 모습입니다.
6. 여성 인력의 차별 문제는 경영자나 남성들의 변화, 또 정책적인 뒷받침도 있어야겠지만 여성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해주시죠.
- 좋은 지적입니다.
- 세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첫째 프로가 되라는 것입니다. 일의 최종 책임까지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만이 임원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려는 경우가 있지요. 그리고 회의때는 입안에 오물오물 말을 삼키지 맙시다.
- 둘째 다양한 인간 관계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쉬운 말로 밥을 좀 자주 사라는 얘기입니다. 오고가는 숟가락 속에 원만한 대인관계가 싹튼다는 말도 있거든요.
- 셋째 슈퍼우먼이 되겠다는 미련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가사도 일도 모두 혼자 다 하겠다고 덤비면 병이 나겠지요. 가사의 경우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집안 일은 집에서 끝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