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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영 대표] 답답한 상사, 무책임한 부하 직원

오늘은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에 대한 상담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며칠전 어느 식품 회사의 세일즈맨이라고 소개한 20대 후반의 A씨가 제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그의 업무는 회사가 유럽에서 수입한 식자재를 호텔이나 백화점, 할인매장 등에 판매하는 일이더군요.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전 입사 후 지금까지 3년간 입사 동기들 중에 유일하게 매년 영업 인센티브를 받았어요. 새로운 영업처를 개척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전 처음부터 우리 상품을 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고객이 먼저 우리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죠. 그런데 몇 달전 B 영업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임 부장님은 화끈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영업 실적만 올리면 외부에서 바로 퇴근해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거든요. 하지만 B부장님은 달라요.
언제든지 사무실로 들어와 영업 성과를 보고하고 퇴근하길 원하셔요. 영업 일지란 것도 생겼습니다. 세일즈맨을 좀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성과를 올리도록 해야할텐데 정말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회의 때 문제 제기를 했더니 `업무를 체계적으로 하라는 의미에서 경영진이 지시한 사항’이라고만 하시더라구요. 더 큰 문제는 다른 부서 동료나 상사들은 `B부장, 사람 좋지?’, `좋은 부장 만나서 일할 맛 나겠구나’ 하시더군요. 남의 속 터지는 것도 모르시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직까지도 심각히 고민하게 됐습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읽으시고 `어 우리 회사 이야기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A씨의 이야기만 들어서 객관적인 진단을 할 수는 없겠지만 A씨와 B부장의 갈등은 그야말로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무척 외향적이면서도 창의성이 넘치는 분입니다. 늘 새로운 일을 추구하고 반복적인 일을 무척 지루하게 여기는 형입니다.
분석적인 사고를 하지만 행동을 계획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성격유형 검사로 유명한 MBTI검사에서 ENTP형에 해당하는 이 유형들은 자신감이 지나치고 어떤 경우에는 무책임하고 신뢰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A씨는 “회사 상사나 동료들중에 70%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건들건들거린다고 얘기하세요.
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배인 제 스타일을 어떻게 바꾸겠어요?”라고 반문하시더군요. 그의 동료중 상당수가 그를 미덥지 않다고 느낀다는 얘기죠.

이에 비해 B부장은 MBTI로 보면 ESFJ형으로 추정됩니다. 이 유형은 `사람 좋다’라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동료나 상사, 부하직원들과도 업무와 상관없이 개인적 관계를 맺기를 좋아하죠. 그리고 늘 부지런하고 성실한데다 반복적인 업무도 잘 해냅니다. 규칙과 규율을 잘 지키기 때문에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기업에서는 상사의 총애를 받습니다. 다만 정해진 규칙 외의 일을 하기를 무척 꺼리기 때문에 고지식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독선적인 스타일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분석해놓고 보니 A씨와 B부장은 참으로 다른 사람들이죠? 이런 상황에서이 두사람은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부하직원인 A씨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맞아야 할까요?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분명한 성격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왜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판단하는지를 이해한다면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A씨에게는 이런 조언을 드렸습니다. “성격은 선천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경험과 개인의 노력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입니다. 현재 근무중인 회사의 전망도 밝은데다 그동안 관리해온 영업권도 놓치기 아까운 만큼 이직을 고려하기 이전에 B부장과의 갈등을 초래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새로운 영업처를 뚫는데만 업무를 집중할 경우 그 뒷처리는 누가 해야 합니까? 영업 일지를 쓰는 것을 잡무라고 생각하시더라도 체계적인 회사 관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지나쳐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잘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A씨의 자유롭지만 정리되지 않은 업무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당장 내일 회의 때부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노트에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보세요. 그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바뀔 겁니다.”

B부장에게는 “부장님이 생각하는 방식 외에도 일을 잘 되게 만드는 다른 방식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부하 직원들의 건설적인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규칙과 규율에 따라 실천하게 한다면 임기응변에 강한 A씨 같은 세일즈맨들은 이내 쉽게 지쳐버립니다. 여유를 좀 줄 필요가 있습니다. A씨 같은 분들에게 너무 세부적인 것까지 관여할 경우에는 일에 대한 도전 욕구와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겁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