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5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 179명 사망자 27명 격리자 3103명...
중동 호흡기 증후군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난데없는 전국구 전염병으로 회식도, 쇼핑도, 하물며 동네병원 가는 것도 꺼려지는 마당에 지인 한 명이 불쑥 지역 전문가로 파견 나가 있는 남편을 따라 쿠웨이트로 간다고 했다. 이 마당에 중동에 가고 싶냐고 묻는 필자에게 그녀는 정작 중동 사람들은 메르스를 한국인들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책이 한 권 있으니 꼭 챙겨보라고 권했다.

경제예측 전문가인 해리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는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인구 절벽"이라는 말을 화두로 던진다.
덴트는 이 세상을 인구통계학으로 분석한다. 경제도 인구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일본이 망가지고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은 원인이 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고 분석한다. 머잖아 중국 버블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반강제적인 인구 축소(한자녀 정책)에서 찾는다.
덴트는 한국에 대해서도 무서운 예언을 던진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을 정확히 22년 후행한다. 실제로 한국의 호황과 불황, 부동산 산업화 주기는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온 형국이다. 덴트는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인구가 많으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경기가 살아난다. 거꾸로 인구가 적으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경기가 죽는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결국 부채 폭탄으로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덴트는 일본은 2020년 이후 2차 인구 절벽을 맞아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예측한다. 아베 총리가 아무리 용을 써봤자 저출산, 고령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논리이다.
덴트는 한국의 소비 추이도 앞으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양적완화가 조장한 버블이 조만간 터질 걸로 내다본다. 덴트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인구 절벽의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논문 발표에 의하면 20년 이내에 현존하는 직업 중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1등 콜센터 상담직, 2등 회계사, 3등 소매판매업자, 4등 저널리스트, 5등 부동산 중개인 순이다. 모두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살아남는 것은 결국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일, 계량화하기 어려운 직업, 동일한 생산물이 나오기 어려운 창조적인 직업 등 인공지능이 흉내 내기 어려운 일들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 장인이나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근로자의 미래를 장및빛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벌써 수년 전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해마다 대량의 명예퇴직을 통해 고연령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간신히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불안하거나 불편한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15년을 경력 쌓았는데 총무 3년, 구매 3년, 회계 3년 이런 식으로 일했다면 회사를 떠난 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화장품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화장품에만 매몰되지 말고 뷰티산업, 나아가 뷰티문화 전체를 봐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구통계와 수명 연장은 직장인들의 근로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는 20대 입사, 30대 초급 관리자, 40대 중견 관리자, 50대 퇴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의 직장인들은 50대 퇴직 이후 30~40년을 일없이 지내야 하는 장수리스크를 맞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끔찍한 중장년의 시기를 잘 넘어가기 위한 자구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될 때이다.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기준으로
1) 그 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2) 내가 잘 할 수 있는가, 3) 남이 할 수 없는 일인가 등을 제시하고 싶다.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직장인의 자세로 "유연한 전문인"이 될 것을 조언한다.
기존의 산업에서는 한 회사 혹은 한 업종에 대해 두루 많이 알고 있는 일반 관리자를 선호했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근접한 미래에는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성의 확보가 직장인의 필살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전문성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유연성이 반드시 장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한 가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응용해 인접한 분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유연한 전문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을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에 접어들어서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열정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기준으로 전망 있고 잘 나가던 직업은 이제 더 이상 그 명망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에 들어섰다.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지를 거듭 확인해보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유연함을 장착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