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필자가 모셨던 상사가 한 말이 있다. (그 분은 모 야간대학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모 유명 저축은행의 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다)
“30대까지는 학력으로 먹고 살고 40대 이후는 인맥으로 먹고 산다.” 이 말에 대해 필자는 현실과 비추어 볼 때, 50%는 맞고 50%는 틀린다고 생각한다. 학력은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하나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이 자기 하기 나름이며, 학력이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도 자기 하기 나름인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외국어고등학교, 자율형 고등학교 등 특목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외국어고등학교는 언어 영재 양성이라는 목적과는 달리 명문대로 진학하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고교생 엘리트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면서,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을 둔 중산층이상의 학부모들이 많은 돈을 쏟아 붓는 사교육 과열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글로벌 시대와 맞물려 특목고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대를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른 얘기를 들자면, 최근 모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미국의 명문대학에 합격하여 입학허가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 학생들의 다음 목표는 아이비리그의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이라고… 어느 특목고 전문입시학원의 원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본인의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특목고를 보내지 말라, 일반고 다녀도 SKY 갈 수 있다” 고 말한다.
또한 취업을 위하여 상경대에 입학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 얼마 전 모 대학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에서 지원하는 전공이 골고루 퍼지지 않고 상경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70~80%나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회사가 아무래도 상경대를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와 직장에서는 학력에 대한 욕구가 많아서 회사를 다니다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관련분야의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많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명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는 학력에 대해서 만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 우등생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편입 및 전과, 상위 학위 등으로 마지막에는 훌륭한 학교와 전공의 졸업생이 될 수 있는 것이고, SKY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다음 step을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몇 배 나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회는 조금씩 바뀌고 있고 생각한다. 반드시 명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상경계 출신이 아니더라도 좋은 회사,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조금 돌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을 다니면서 본인의 진로를 빨리 정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무조건 대기업이나, 연봉이 많은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 관심이 많고, 잘 할 수 있고,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야와 회사가 본인에게 좋은 회사 일 수 있다.
얼마 전에 모 자산운용사에서 신입 펀드매니저를 수 명 채용하는데, 2차 면접에 올라간 지원자 중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공대 출신이었고, 최종 합격자도 모두 공대 출신이었다고 한다. 자산운용사와 같은 증권업계에서는 상경대를 비롯한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합격자들은 대학을 다니면서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하여 주식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물론 반대로 국가 기간 산업에 필요한 이공계 인재들이 전혀 다른 진로를 택하는데 대한 국가적 인적자원 문제도 있기는 하다.
필자는 수 없이 많은 이력서들을 보고 많은 인재들을 만나는데, IMF체제 이후 인력시장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자면, 인재는 학력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소위 저주받은 세대라 불려지는 IMF 직후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Case이다. 기대와는 달리 중소기업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갈고 닦아 해당업무에 전문가로 인정받고, 수 년 후에 중견기업으로 스카우트되고, 또 수 년 후에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는 대기업출신이 중견기업으로 직급과 연봉을 우대 받으며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최근에는 인재를 스카우트하면서 후보자의 평판조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명문대를 나오고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평판이 좋지 않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스카우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서 네트워크나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직접적으로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학력보다는 인성일 것이다.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인재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한 도와줄 것이다. 그러면 일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며 성과에 따라 인재로 인정 받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특목고 전문입시학원 원장의 아들도 특목고(외고)를 졸업하고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데, 단적인 사례일 수 있으나, 자신의 아들은 대화가 안 통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마음이 건조해졌으며, ‘글로벌 리더는커녕 민폐다, 인문학적 소양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학력은 남들보다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으며, 학력이 떨어지더라도 본인이 지속적으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좋은 품성을 함양하고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람이 된다면, 기업의 인재로서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아, 때를 잘 만나 또는 부모를 잘 만나 인재라 칭해지고 성공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사람이 없고,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훌륭한 인재는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