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샤피로의《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 지 이유》를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구직자가 우리 회사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구직난이라고 하지만, 왜 기업들은 마치 채용을 마케팅하고 세일즈해야 하는 제 품처럼 무형의 가치로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민해야 할까? 이런 모순이 없다.
통계청이 지난 7월에 발표한 <2016년 6월 고용동향> 을 보면 청년 실업률이 10.3%다. 6월만 보더라도 1999년 6월의 11.3%를 넘어서는 최저치다. 그런데 대기업 채용 관련자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대표를 만나면 인재를 끌어 모으기 위한 채용 방법에 시름이 깊다. 한국의 총 사업체에서 중소기업의 비율은 99.9%다. 즉 우리 주변의 직 장인 중 10명 중 1명 정도만이 겨우 대기업을 다닐 수 있 는 것으로, 경력사원을 제외한 신입사원이 대기업을 갈 수 있는 확률은 더욱 낮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 기업의 자산 및 매출액이 GDP(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 을 차지하고(ERRI 경제개혁 리포트 2014-02호 참조), 보도 매체 및 인사 전문 출판물에서도 주로 대기업의 해외 석?박사를 비롯한 핵심 인재 채용 및 채용 브랜드 강화 전 략이 내용의 주를 이루다 보니, 착시 현상과 오해가 발생 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채용 브랜드가 가장 필요한 곳은 스타트업 을 포함한, 중소기업이다. 통계 수치상으론‘구직자가 넘 치니 채용 브랜드같이 거창한 개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상식적인 질문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외국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 을 사용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숙식을 제공해도 상대적 으로 열악한 환경과 복지에 당장 지원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 쩌다가 우수한 인재가 합류해도 내부의 공고한 기업 문화 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게 돼 오히려 분위기만 망친다 고 했다.
당장 매출과 이익과 납기가 기업 존립에 큰 영향을 주 는 중소기업도 우수 인재 채용은 절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위한 전략을 고민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그러 나 인재가 없다면 기업도 유지될 수 없다. 비유적인 표현 이지만, 동네 슈퍼로 만족하지 않고 마트나 쇼핑몰 등으 로 확대하고 싶다면, 그게 아니라면 독일의 강소기업처럼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인재를 모을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 전략과 함께 반드시 생각할 문제다.
좋아 보이는 기업의 비밀
최영인의《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브랜드 디자인》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냉철하게 생각 하면, 제품 브랜드와 달리 채용 브랜드는 허상이고 속임 수에 가깝다. 채용 브랜드 자체를 기업 문화와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채용 브랜드를 말할 때 마케팅의 관점에서 기업을 좋게 보이는, 다양한 레토릭(rhetoric)이 우선시 될 때가 많다. 과연 채용 브랜 드를 독립적으로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예를 들어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 다. 최근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마트폰의 배터 리 문제와 후속 조처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우려 하던 대로 제품명이 갖는 브랜드 파워는 획기적인 후속 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해 당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그 회사의 모든 스마트폰에 한동안 부정적 인식이 덧입혀질 수도 있 다. 소비자의 머릿속엔 그 회사 제품을 떠올릴 때 자연스 레 일련의 사건이 먼저 연상될 것이다. 혁신의 대표 기업 인‘애플’을 앞섰다고 기뻐하던 기사가 민망해질 정도로 큰 사건이었으니,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한다고 해도 긍정 적인 상황으로 전환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그 기업을 다녔던 여러 사람과 다양한 매체에서 그 기업의 보수적인 의사 결정과 합리적이지 못한 기업 문화 등을 비판한다 해도 그 기업은 한국에서 단연코 채 용 선호도 1등이다. 대학 졸업 예정자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 대부분은 설령 그 기업을‘신포도’로 여길지라도 효도 차원에서 한 번쯤은 근무하고 싶은 기업이다. 과연 국내의 다른 기업들이 그 기업의 채용 전략을 벤치마킹한 다고 해도 단시간에 그 기업의 채용인지도, 채용 브랜드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 난제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2013년 초 공중파 방송에서 근무 공간에 수영장이 있는 것도 모자라 업무 시간 중에 수영도 하고, 직원들이 대표보다 먼저 퇴근하 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맛있는 식사와 간식이 넘치는 기업 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Google도 아니고 SAS도 아닌, 국 내 기업이란 것도 신선했지만, 작은 기업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와 오랫동안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됐다. 필자도 호기심에 그 기업의 담당자에게 간곡히 부탁하 여 겨우 시간을 허락받아, 방송이 허구나 과장이 아닌지 직접 조사차 탐방하여 심층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예상대 로 그 기업 신입사원 공채엔 엄청난 지원자가 몰렸고, 탈 락한 수많은 지원자에게 대표이사가 직접 이메일을 썼다 고 해서 화제를 이은 바 있다. 또 합격자의 교육 과정으로 해외 유수 기업을 찾아가는 배낭여행을 보내어 기업 교육 담당자들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그 회사가 채용 브랜드를 위해 진심을 앞세운 다소 치밀 한 전략을 짰다고 해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블록버 스터 텐트폴 무비도 좀처럼 하기 힘든 1,000만 관객 동원 을 작가주의 독립영화가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 회사의 책꽂이엔《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 다(로리바시 외 3인 저)》라는 책이 있었는데, 좋아 보이는 기업들의 비밀은 실제로 좋은 기업이 돼야 한다는 명제와 다르지 않다. 그 회사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었고, 이는 진행형이었 다. 이것이 채용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우리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라즐로 복 저)》라는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밑줄 그으며 읽게 된다. 아마 전 세계에서 채용 브랜드 1위 기업을 꼽으라면 많은 전문 가가 주저 없이 구글을 택할 것이다. 구글은 조그만 조직 이었을 때도 채용을 가장 고민했고, 브랜드가 상당히 알 려졌던 2004년에도 창의적 채용으로 화제가 됐다. 이젠 전설이 된 채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2004년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북을 가로지 르는 국도에 한 광고판이 설치된다. 아무런 정보도 없 이 그저‘{오일러수에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열 자리 소 수}.com’이라고만 적힌 광고판이었다고 한다. 이 문제의 답은‘7427466391.com’인데 이곳에 접속하면“축하합니다 다음 문제에 도전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더 복잡 한 두 번째 문제가 등장한다. 이제는 오일러수에서 그 합 이 49가 되는 숫자의 나열 중 다섯 번째 수를 구하라는 것 이었다고 한다. 이 답까지 모두 구하면 최종적으로는 구 글의 채용사이트로 접속되고 여기까지 접근한 이들에게 만 인터뷰 자격 요건을 주며, 최종 합격한 자들에게 구글 에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이 기발한 채용방법은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사회 전 반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채용 관련 종사자들에게 큰 반 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이렇게 기발한 방법으로 사람을 뽑는데 실제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똑 똑할까?’‘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젊은이들은 얼마나 창 의적일까’라는 스토리텔링이 이뤄진 것이다. 구글은 1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채용에 화제를 몰고 다 닌다. 그럼 우리 회사도 그렇게 독특한 문제를 일간지, 또 는 웹사이트에 내걸고, 문제를 푸는 창의적인, 또는 집요 한 후보자를 뽑는다면 갑자기 채용 브랜드가 높아질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왜 많은 기업이 구글의 채용 방법을 모방하지 않을까? 구글의 악명높고 끈덕진 인터뷰 방식을 따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따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쉽 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구글이 채용 브 랜드가 높은 이유는 그들이 가진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 유니크한 기업문화 때문이란 사실을 기업 내 전문가도 충 분히 인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업 문화만큼 규정하고 설명하기 어렵고 적용 하기 난처한 개념도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하버드 비즈 니스 리뷰에서“CEO는 기업 문화를 애써 품으려 할 필요 가 없다”“기업 문화는 고칠 수 없다”라는 기사를 내놓았 을까?(2016년 7월호 / 2016년 4월호 참조) 그런데도 앞서 소개한 책에서 인사 책임자인 라즐로 복은 최대한 담백하 게 구글의 사내 문화를 소개했다. 현재 구글에 재직 중인 사람들에게 직접 검증해도 그 책은 결코 화장과 분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책 41페이지부터 56페이지에서 ‘직원을 대하는 구글의 자세’에 대해 꽤 자세히 언급 한다. 현직 구글러에게 문의해도 구글의 기업문화를 단적 으로 압축하면 자율성, 거창하게 말하면 자유다. 과연 이 게 한국 기업에도 가능할까?
2013년 3월, 미국의 취업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익명으 로 남긴 글이 꽤 자극적인 기사가 된 적이 있다. 한국의 유 명 기업을“이력서 경력란에 쓰기 좋은 회사, (그러나) 빨 리 옮겨야…”라고 직접적인 혹평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 지만, 그보다는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자기 생각을 대변했다는 공감에서 여기저기 SNS를 통해 퍼다 나른 것 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한국에도 기업의 내부 문화를 알 수 있는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다. 언젠가 부정적인 평 가를 가득 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나에게 이렇게 적나 라한 글들을 공유하는 기업이 바라는 것이 뭔지 몰라도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고 열변을 토했다. 최근 그 기업이 구조조정을 했을 정도로 사업 모델의 수익성 전망이 밝은 건 아니지만, 기업 내부 민낯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채용 브랜드의 허상을 알려준 건 그 벤쳐기업(스타트업)의 순 기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서 채용 및 기업 문화, 인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익과 사람 중에서 무엇을 우선으로 대하는지 금방 알게 된다. 어떤 구직자 가 나를 존중해 주지 않은 기업에 가고 싶겠는가? 기업 문 화는 결국 창업주 또는 창립 멤버들의 신념과 철학이 상 당 부분 녹아있는 것인데, 채용 브랜드만 뜯어고친다고 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이 임직원을 통제 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 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동료로 볼 것인지가 채용 브랜드를 결정짓는 두 번째 관건일 것이다.
좋은 사람을 모으는 법
‘어떻게 좋은 사람을 찾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마치 결혼 적령기의 후배가‘어떻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가?’등의 질문을 할 때와 오버랩 된다. 좋은 사람 을 만나거나 좋은 사람을 찾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돼 야 한다는 정석을 말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을 찾기 전에 좋은 기업이 된다면, 좋은 구성원들이 많아진 다면 좋은 사람은 자연스레 모이게 될 것이다.
구글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 라즐로 복은 구글 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의 남자 주인공이 구애하게 된 여자 주인공에게 그 유명 한 프러포즈 대사,“당신은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도록 만든다”를 예로 들면서 구글엔 그런 자극을 주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강조했다. 앞서 소개한 대기업의 핵심 인재는 결국 스타트업 대표의 진심에 감화돼 이직했 고, 그 선배에게 더 나은 직장인이 되고자 노력했던 후배 일부가 연쇄적으로 합류한 보기 드문 의리의 미담을 만들 었다.
여전히 어딘가에 인재는 많다. 진심으로 굿 컴퍼니가 되 려 한다면, 굿 펠라스도 찾아올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채 용 브랜드도 포지셔닝 되지 않을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 해 봐도 그것이 채용 브랜드의 본질임은 틀림없는 진리다. 마지막으로 공자의 말씀을 덧붙이고자 한다.
‘가까운 인재를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인재는 알아서 찾아온다(近者悅遠者來).’
-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