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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CAREER 2005년 10월호] "커리어에도 포장이 필요하다"
   ELLE CAREER
 
박은령
엔터웨이 상무

공적인 조직생활에 있어 ‘근면과 성취’는 더 이상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누구나가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창출해 내고 있는 요즘. 조직은 나와 내 경쟁자들을 구별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요구한다.

곰 같은 여자와 사느니 여우같은 여자와 사는 게 좋다고들 한다. 기업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곰 같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것보다는 여우같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게 5만 배는 즐겁다는 것이 상급자들의 중론. 인사성 밝고, 상냥하고, 부지런하고, 웃음 띤 얼굴에, 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열정을 보여주는 부하직원은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언젠가는 때가 올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무조건 열심히 일만 하다가는, 순식간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빼앗겨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와 성과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대. 좀 더 세련되게 자신을 포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동기인 A와 B. 3년차를 넘기면서 그녀들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성격은 확실히 달라졌다.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의 A에게는 주로 자료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앉아서 하는 일’이,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B에게는 클라이언트들을 미팅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주도하는 ‘활동적인 일’이 맡겨졌다.
당연히 업무성과에 대한 칭찬과 인사고과의 가산점은 B의 몫이었으며, A는 매번 B의 성공적 업무수행을 어시스턴트 하는데 그쳐야했다. 동료들 모두는 ‘불합리한 결과’라며 A를 위로했다. 물론 직장동료들에게 있어 A는 B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순하고 친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외부에서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은 사람, 이직이나 전직을 해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 손해 보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영악하게 제 몫을 챙겨가는 B는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속내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B가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거나 시비꺼리를 제공하는 ‘문제적’ 인간은 또 아닌지라, 동료들은 그저 A를 위로하고 함께 개탄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B에게는 성과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계속 떨어졌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내게 전달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부분이었죠.
A는 ‘예스 걸’이었어요. 무슨 일을 맡겨도 무난하게 잘 소화했죠. 하지만 B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왔어요. ‘그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 일을 내가 하는 건 다소 불합리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 건은 이런 아이디어를 버무려 보는 게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상사와 부하직원은 애인이 아닙니다.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죠. 후배들을 많이 배려하려 하지만, 상사도 인간이니까요. 사실 조금 귀찮을 듯한 일을 A에게 자주 맡긴 건 사실입니다.
B에게 말하면 분명 이러쿵저러쿵 제 의견을 조목조목 밝혀올 테니, 귀찮아서라도 그냥 고분고분한 후배에게 부탁하곤 했죠. 편애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충격을 줘도 스폰지처럼 흡수해버리는 후배보다는 스프링처럼 바로바로 반응을 튕겨내는 후배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사람의 상사인 C의 해명 아닌 해명을 듣다보면, 년차를 더해갈수록 A와 B의 포지션에 큰 거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한 회사의 관리급 임원의 기록.
<D의 평소 업무 스타일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얌전하며 자신의 세계에 빠져 사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긴 하나, 업무능력이 탁월하다는 느낌이 없고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반면 E는 수다스러울 정도는 아니나 여러 동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업무에 100%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나 프로다운 느낌은 없지만 여러 동료들과 팀워크로 하는 업무처리는 보통 이상이다.>
이럴 경우 회사는 누구에게 기회와 승진을 주겠는가. 당연히 E에게 돌아간다. 100점짜리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도모하여 일을 하는 능력이 높게 평가된 것이다. 조직은 소극적이고 약한 의지로 커다란 가능성을 사장시키는 사람을 배제한다. 그러니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과 함께 가능한 한 회사 내 네트워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실용적 전략은 무엇일까. 헤드헌팅사인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은령 상무는 ‘자신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라’고 충고한다. “사람들은 개인의 의도나 속마음이 아닌, 외부로 드러난 행동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스스로의 행동을 평가해야 합니다. 그 기준으로 퍼스널 브랜드(Personal Brand), 즉 남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그건 개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구축한 ‘명성’을 의미하죠.” 조직생활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누구에게서나 발견되는 일반적인 브랜드가 아닌, 매력적인 개인의 ‘명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상무는 ‘훌륭한 매너가 훌륭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프로처럼 보이려면 옷도 프로처럼 입어야 하죠. 적당한 신비감도 도움이 됩니다. 내 삶을 필요 이상 공개하면, 그 순간부터 내가 쌓아온 이미지는 손상 받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사외 모임도 업무의 연장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그런 사외 모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그런 자리가 나의 이미지를 해치는 덫이 되기도 하거든요.”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가급적 발가벗은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솔직함은 자제하라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욕망이나 감정을 억누르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한편 HR 코리아의 황소영 부장은 ‘무조건적인 겸손은 절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칭찬에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아효~ 누구나 다 하는 건데요, 뭘…’ 하는 식으로 반응하면 상대도 그 일이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칭찬받을 기회가 왔다면 과감하게 이를 누리세요. 솔직하고 통쾌하게 ‘하하, 몇 달 간 고생한 보람이 있어 저도 무척 기쁩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성과에 스스로도 좋은 평을 내리고, 다음번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 좋습니다.” 재능이란, 보이고 사용함으로써 ‘가치’를 얻는다. 재능을 보일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승패 분기점은 ‘자기평가’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자신에게서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열정과 확실한 ‘전문분야’가 생긴다면, 별다른 포장 없이도 호의적인 평가는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경력을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이란 하나도 없다. 개개인의 이미지는 일상의 행동이 모여 구축된다는 걸 명심하자.

다음에 제시되는 5단계의 행동 강령은 커리어를 위한 포장지를 준비하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첫째, 과감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일 것. 나의 커리어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비교된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거나 훔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리 권력이 있다고 해도 불명예는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기회를 원한다면 기회 가까이 있을 것. 승리를 가져다주는 기회는 당신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들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셋째, 기회를 요구할 것. 리더에게 기회와 승진을 요구할 때, 리더는 당신이 더 큰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넷째, 변화와 수정을 받아들일 것. 죽는 날까지 나만의 이미지를 추구하려면, 절대적인 수정과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
다섯째. 행동할 것. 말로써 행동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BOX. 상사용 포장지는 바로 이것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애교가 있어야 사랑받고 인사 하나에도 마음을 쓰는 방법이 있다. 잔심부름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당신을 발탁하기 위한 적성 테스트쯤으로 생각하자. 재능은 팔면 팔수록 값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먼저 ‘예’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사의 약점을 보완하자. 상사가 명성을 쌓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당신의 임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상사를 희생시키고 그 위에 당신의 명성을 쌓아서는 안 된다. 항상 상사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부터 말한다. 자주 보고하고 자주 연락하고 자주 상담한다. 상사의 유형에 따라 접근을 달리할 것 당신의 브랜드 향상을 위한 리더를 찾아라. 먼저 우수한 사람을 철저하게 흉내내자. 누구의 어떤 점을 모델로 삼을 것인지 적합한 리더를 찾아내자. 당신의 상사보다 더 높은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라.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나쁜 상사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상사의 문제점을 말해달라는 요청 없이는 절대로 상사의 단점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글. -박은령(주)엔터웨이파트너스 상무-
 
출처: ELLE CAREER
본 자료는 2005년 ELLE 10월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