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애완동물일까, 맹수일까? 집에 들어서기만 하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개와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아차 하는 순간에 사육사마저 공격하는 사자와 호랑이일까?
업무의 생산성을 올리고, 사람이 해왔던 귀찮고 반복적 일들을 아무런 불평 없이 처리하게 해주는 IT를 바라볼 때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에 가까운 것 같고, 구축 후 사소한 변경의 경우에도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다른 업체로 넘어가려 할 경우에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에 가두어놓은 맹수와 같다고나 할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IT란 동물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다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잘 안보이게 숨겨져 있을지는 몰라도.
이런 IT를 우리 CEO는 어떻게 다룰까? 대부분의 경우, IT에 대해 잘 모르고 더 중요한 일에 매진한다는 생각으로 CIO나 IT관리자를 맹수 우리에 들여보내 알아서 하라는 것으로 본인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접근으로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IT 활용을 통한 효과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맹수만 더 키우는 셈이다. 세계 유수의 성공사례에서 증명되었듯이 IT 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시 CEO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에만 IT를 통한 가치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CEO 본인이 우리에 직접 들어가 하겠다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우리 근처까지 접근해 IT관리자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고,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듣기도 하고 우리 안으로 전해줄 건 전달해주기도 하는 그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조직변환의 핵심수단인 IT를 제대로 이해하고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여야 한다. 실제 IT란 철광석과 같은 다양한 물질을 넣고 초고온으로 끓여 단단한 철을 만들어내는 용광로와 같다. 즉, 조직의 나아갈 목표, 전략, 업무, 구성원의 역할, 성과관리 체계 등 다양한 요소를 녹여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근원적 변화를 꾀하려는 CEO는 변화 노력의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IT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업무 개편 등 조직상의 모든 요건을 구체적으로 확정해놓은 다음, 이 대로 구현시켜 달라며 IT부서에 내미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
둘째, IT를 통한 조직변화 노력에는 조정 역할이 필요한 데 이 조정 역할의 주체는 CEO가 되어야 한다. IT를 통한 조직변화 노력에는 부서 및 구성원 간에 의견이 상충되거나 대립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쉽다. 예를 들면, 공급망의 혁신을 통해 재고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고자 할 때 영업 부문의 경우 고객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적정 재고를 최대한 높게 잡으려할지 모른다. 이 경우 CEO의 조정과 지휘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는 성공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경우 CEO, 현업관리자, CIO 등이 참여하는 `IT 추진위원회(IT Steering Committee)`라는 형태로 상설 운영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새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IT 전략 및 조정 기구가 가동되어야 한다.
셋째, IT 라는 맹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실행에 옮기기 전에 조직 및 IT 변환의 청사진을 수립해두어야 한다. 현재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기술과 기능의 실행을 통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 즉 아키텍처가 수립되고 이를 근거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성공한 CIO 뒤에는 훌륭한 CEO가 항상 있다'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갖춘 CIO라 하더라도 그가 `전략적 IT 활용을 통한 조직목표 달성'이라는 큰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CEO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슈가 있을 때는 언제든 충분히 상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관리구조가 되어 있지 않으면 CIO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IT를 통해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기업의 CEO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주위 많은 분들이 새 정부에서 정부혁신 노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이 과정에서 IT가 어떻게 자리매김 될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드시 성공시켜 주리라는 믿음과 함께, 이를 추진한 CEO에게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