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기업들 여기저기서 명예퇴직 등 구조 조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예전 연봉보다 높은 금액에 스카우트돼
가는 샐러리맨들 얘기도 이따금씩 들려온다. 극소수의 남 얘기라고만 넘기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경력 관리 전문업체 ‘커리어센터’와 공동으로 샐러리맨들이 새해 소망으로 첫손가락에 꼽은
몸값 올리기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박인상 기자 edream@chosun.com
보스턴 레드삭스를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 우승으로 이끈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는 2005년 시즌 뉴욕 메츠로 말을 갈아탔다. 트레이드 조건은 4년간 5400만달러. 한화로
연봉 140억원에 달한다. 7년간 보스턴에서 뛰며 117승37패를 기록한 ‘수치’가 야구선수론 환갑으로 치부되는 34세
나이를 딛고 ‘연봉 대박’으로 연결된 셈이다.
2004년 국내 프로야구를 제패한 현대 소속 심정수(30)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삼성은 4년간
60억원(옵션 포함)이란 거액을 베팅했다. 계약금 20억원과 옵션 10억원을 빼면 심씨의 순수 연봉은 7억5000만원.
1년 133경기를 감안하면 한 게임당 1100만원대 특급 대우다. 반면 2004년 국내 프로야구 연봉 랭킹 1위였던
정민태(현대, 7억4000만원)는 7승14패 방어율 5.00으로 연봉 삭감 폭을 놓고 싸워야 할 처지다.
스토브리그는 더 이상 프로야구 전유물이 아니다. 당신도 ‘프로’라면 이젠 몸값 관리가 필수다. 당신 회사의 간판보다
당신이 받고 있는 연봉이 중요한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직장인 십중팔구는 조건만 좋다면 ‘언제든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마인드로 바뀐 지 오래다. 말하자면 ‘샐러리맨들의 스토브리그’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연봉이 능력인 시대 진입
직장인들이 잡 트레이드(Job Trade) 시장에 적극 임해야 하는 징표도 감지된다. 2004년 국내 10대
그룹사 상반기 순익은 15조1000억원. 전년 동기에 비해 120.2% 증가한 수치다. 반면 직원 숫자는 37만9853명으로
2003년 말 36만8983명에서 2.9% 늘어난 데 그쳤다. 한 번 퇴출되면 재입성이 바늘 구멍 같다는 얘기다.
회사가 나를 간택하기 전 당신이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내공’을 키워야 살아남는다.
요는 커리어 관리다. 프로 세계에서는 팔방미인형 인재보다 주특기가 분명한 스페셜리스트가 대접받는다. 6년간 평균
연봉 4억원을 보장받고 2004년 롯데로 옮겨간 ‘도루 전문가’ 정수근이 힌트를 준다.
국내 1호 미국공인경력개발사(CDF) 자격증을 딴 박운영 커리어센터 상무(38)는
“직장인들 경우 단순 몸값보다는 미래 비전이 더 중요한 전직 잣대”라고
조언한다. 최근 서울을 떠나 지방행 열차에 몸을 싣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몸값을 낮춰서 회사를 옮기는 현상도 과거와
다른 뉴 트렌드다.
직장인들은 올해 최고 소망으로 연봉 인상을 꼽고 있다. IT잡피아가 직장인 2037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37.2%가 연봉 인상을 소망 1순위로 꼽았다. 더 나은 조건으로의 이직(32.9%)까지 감안하면 10명 중 7명
이상이 몸값 상승을 최고 소망으로 꼽은 셈이다. 나와 가족의 건강(10.8%)은 오히려 후순위로 밀렸다.
문제는 당신의 기대 연봉을 시장이 인정해 주느냐 여부다. 철저한 준비가 없는 한 직장인 몸값 상승은 ‘희망가’로
끝나기 십상이다. 허윤 에프앤퀘스트 대표는 “자기만의 18번 주특기를 키우는 게
비결”이라며 “한 번도 헤드 헌터로부터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소 3~5년간만 경력관리에 나서도 기존 연봉에 플러스 알파로 전직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