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아동 상담, 성(性) 상담은 있어도 성인 경력 상담은 없다."
헤드헌팅 및 경력 계발 컨설팅 회사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운영 부사장은 성인 경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취업, 승진, 직장 이동, 직업 변경, 퇴직 후 인생 설계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취업에 도움을 주는 취업 상담사는 많지만 경력을 관리해주거나 인생의 진로를 상담해주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관리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나이가 들어 취업이 어려워진 사람이나 자신의 경력과 아주 다른 방향으로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상담할 만한 곳이 없다. 오히려 사회의 냉소적인 눈길을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고시 공부를 하다가 마흔 살에 이른 남성이 찾아와 눈물을 글썽거리며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고시생들이 위한 사업을 구상해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늦깎이 직장 초년병으로 들어가기보다는 그동안의 노력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사업화해보라는 충고였다.
헤드헌팅 전문가인 그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을 2003년부터이다.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6개월 동안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NCDA(미국 진로경력계발협회)의 GCDF(국제경력계발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애초 고급 헤드헌팅 경력을 쌓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었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박부사장은 "미국에서는 성인 경력 상담이 매우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것에 놀랐다.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인도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정부가 마련해야 하고, 성인 경력 상담사도 양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해 각각 4천7백여 명, 98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고 한다.
- 시사저널 제914호 : 노진섭(자유 기고가)
※ 본 자료는 2007년 04월 23일 시사저널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