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민은행이 희망 퇴직자를 모집한 결과 2천2백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조흥은행도 4백여 명의 직원이 조기퇴직을 희망했다.
‘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오륙도), ‘45세에 정년퇴직’(사오정), ‘38세도 선선히 퇴직을 받아들인다’(삼팔선) 등 체감정년의 나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임금근로자의 평균 퇴출연령이 35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더 이상 정년과 구조조정의 대상에서 열외일 수 없는 30대, 40대의 직장인. 이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일요신문>은 이번호부터 유연화되고 있는 노동시장 환경에 발맞춰 ‘명퇴’가 아닌 전략적인 전직과 이직을 위한 재취업 특집을 연재한다.
사례1
A씨(33)는 국내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취업난 속에도 대기업에 입사해 회계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의 특성상 퇴근시간도 늦어지고 야근도 잦아졌다. 그는 강도 높은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2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그는 프리랜서로 10개월간 일을 하며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 등 자기개발에 집중했으나 어느덧 공백기간은 1년을 넘어섰다.
답답한 마음에 헤드헌팅 업체를 찾았다. 그는 대기업 그룹사나 외국계 기업으로 재취업을 원했다.
하지만 그의 영어실력은 해당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애매한 업무경력과 긴 공백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 총무와 회계를 병행하는 업무를 맡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근무여건이나 연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지만 더 이상 실직자로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직장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한다.
사례분석
이직 또는 전직, 재취업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 자신은 스스로를 A급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판단될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가 파악되면 경력을 어떻게, 얼마나 쌓아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한 회사에서는 적어도 3~5년의 경력을 쌓아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상만을 쫓아서 공백기가 길어져서는 안된다. 때로는 현실과 타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곳이나 들어가고 보자’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사례2
B씨(35)는 국내 대기업의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중 벤처캐피털회사로 옮겼다.
한창 벤처 바람이 불 때였다. 위험부담은 좀 있었지만 회사가 잘 되면 스톡옵션과 인센티브 등의 보상조건으로 단기간에 훨씬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는 팀장의 직급과 4천만원의 연봉으로 이직을 했다. 순풍에 돛단 배처럼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다. 하지만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그때 마침 예전에 이력서를 등록했던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기업 계열사 자금부서에 공석이 생긴 것이다. 모집 직급은 대리였다. 직급과 연봉 수준이 현재보다 낮았지만 장기적인 비전으로 볼 때 옮겨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헤드헌터와의 1차 면접 후, 해당 기업의 인사담당자 면접,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사례분석
C씨는 대기업에서 제3금융권, 대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대기업을 한번 벗어난 사람이 다시 대기업으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 비전을 바라보고 직급과 연봉을 낮춰 재진입을 시도했다. 자금 부서는 돈을 다루는 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그런 점을 감안, 면접에서 최대한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를 갖췄다.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개인 신용관리도 잘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력사항에는 그동안 맡아왔던 담당업무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했고, 면접시에는 자신의 꼼꼼한 성격을 충분히 어필했다.
인기 구직자 베스트
1. 한 곳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붙박이형’
이력서에 이직 경력이 많은 사람은 헤드헌터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잦은 이직은 적응력이나 인내심의 부족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한 회사에서 최소한 5년은 근무한 ‘붙박이형’이라면 OK.
2. 큰 조직에서 잘 훈련된 ‘조직형’
체계적인 조직생활을 했다면 조직융화, 인성적인 면에 있어서 일단 기본이 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직종과 직급에 맞는 리더십이 잘 길러진 ‘조직 출신’을 선호한다.
3. 겸손과 정직이 몸에 밴 ‘호감형’
인성은 직접 대면해 몇 마디만 나눠봐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평소부터 겸손함, 정직함, 자신감이 몸에 배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세련된 말투, 외모, 매너로 지적인 이미지를 준다면 가산점이 부가 된다.
4. 시장정보에 발빠른 ‘조조형’
어떤 직종이든지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지원하는 회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타당성을 분명하게 갖춘 구직자를 선호한다.
5. No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형’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따져 소신있게 Yes 또는 No 하고 말할 수 있는 구직자를 선호한다.
6. 외국어 자격증이 많은 ‘다재다능형’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기본.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 실력이 갖추어진 사람이라면 오케이.
7. 학벌이 뒷받침된 ‘기술전문가’
한국은 아직까지도 은근히 학벌이 중시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 사항으로 고려된다.
** 도움말·자료=헤드헌팅 포털사이트 커리어센터(careercenter.co.kr)/엔터웨이(nterway.com) 헤드헌터 조미영 과장(기획분야)·권오경 과장(회계분야)
본 자료는 2005년 04월 17일 일요신문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