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는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이름은 우리의 자존심과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문장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기억력이 영향을 받는다.
가벼운 미소나 미묘한 신체 접촉으로 팁의 액수가 달라진다.
가게에 어떤 음악을 틀어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지출도 달라진다.
리처드 와이즈먼의 '괴짜 심리학' 중에서 (웅진지식하우스, 162p)
"클래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좀더 고상해진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팝송이 들릴 때보다
클래식이 들릴 때 훨씬 비싼 포도주를 구매한다..."
1990년대 미국 텍사스 테크의 찰스 아레니 등이 했던 실험의 결과입니다.
그들은 한 와인숍에서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같은 클래식과
프리트우드 맥, 러시 같은 팝송을 번갈아 틀어보며 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와인선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나 구매 개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구입하는 와인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클래식이 연주될 때 사람들은 팝송이 연주될 때보다
세 배 이상 비싼 포도주를 구입한 겁니다.
'암시'가 사람을 지배하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심리학은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사람'을 연구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지요.
'암시'의 힘을 보여두는 실험 하나 더.
미국 뉴욕대학의 존 바그 등이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뒤섞인 단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사람의 주름이 잡힌다 피부에"
(man's was skin the wrinkled)라는 문장을,
다른 그룹에게는 "사람의 부드럽다 피부가"
라는 뒤섞인 문장을 보여주고
재배열해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도록 시켰습니다.
전자는 나이 듦과 관련된 단어들이었고, 후자는 반대였지요.
그 후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실험은 지금부터였지요.
실험이 끝났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로 갔습니다.
그 시간을 측정해보니 나이 듦과 관련된 단어들을 접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름진' 같은 단어와 단지 몇 분 동안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그들의 행동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들을 노인처럼 걷게 만든 것입니다.
미국 식당에서의 실험결과, 웨이트리스가 계산서를 건네주며
손님의 손바닥을 1~2초 어루만지거나 즐거운 농담을 건넬 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때 손님들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은 팁을 주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지배하는 '암시'의 힘.
이런 암시는 나 자신을 지배할 수도 있고,
나의 고객을 지배할 수도 있겠지요.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