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에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25세였다고 한다. 이것이 프랑스혁명 당시에는 34세, 19세기 말에는 45세로 늘어났다. 2000년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5세, 여자가 82세였다. 최근의 외신에 따르면 2030년이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물론 잘 먹고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선진국 국민의 경우라고는 하나, 치열하게 선진국을 닮아 가는 우리의 국민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꿈의 100세’를 충분히 살아 낼 것 같다. 이론상으로만 따질 때 인간의 최대수명은 뼈의 성장기간의 7배인 120세라고 한다. 조만간 인간이 이 최대수명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인명은 재천(在天)’이며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곧 하늘의 뜻(운명)이었다. 단명(短命)도 팔자 소관일 뿐 그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초입에서 몰아닥친 웰빙 바람이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 웰빙이 유행하면서 소위 ‘안티 에이징 메디신(Anti-aging medicine)’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용어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안티 에이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의사인 나도 불만이 많다. 굳이 한글로 풀어 쓰자면 ‘노화방지의학’ ‘항노화의학’ 정도 될 법한 이 표현에는 어쩐지 교만하기 짝이 없는, 목숨의 끈을 쥐고 있는 신(神)의 영역을 넘나들려는 건방진 치기까지 내포돼 있다는 생각이들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나는 ‘성공노화(successful aging)’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 본다.
“나이란 생일 촛불의 숫자가 아니라 인생의 주행속도계상 나타나는 생물학적 연령이며, 노화는 불가항력이 아니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이 미국노화방지협회의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 또한 인체에 내장된 ‘노화시계’를 인위적으로 되돌려 나이가 없는 인간 세계(ageless society)를 예고하며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염원을 자극하는 약간은 과장된 문구라고 하겠다. 표현이야 어찌됐든 생명의 유한성(有限性)은 자연의 섭리요, 영속의 동력이다. 그러기에 불멸(不滅)은 치열한 먹이경쟁이 야기하는 생물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대재앙일 뿐이다.
65세에 이르면 인간은 누구나 예외없이 연령의 파도를 탄다.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가면서 인생의 매듭을 만든다.
매듭이 늘어날수록 세월의 유속은 더욱 빨라진다. ‘아, 나도 늙은 것인가?’ 하다가도 ‘아니야, 나도 아직 가꾸어야 할 내 삶이 있어’라고 애써 늙음을 부정해 보지만 벌써 갱년기를 지난 인생의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렇다 보니 ‘노화 방지’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헬스케어의 관점에서 인간의 수명은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일상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건강수명(Health span)’과 타인의 도움으로 연명하는 ‘장애수명(Disability span)’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장애수명은 말년을 즐겁고 활력 있게 영위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다. 항노화 의학이 지향하는 목표는 이 같은 의존적 수명을 줄이고 활동적이면서 즐거운 수명을 연장하는것이다. 양보다 질적 수명을 연장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 노화의 궁극적 목표는 삶의 ‘직각화(rectangularization)’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직각화는 내내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마치 절벽에서 뚝 떨어지듯 어느 날 갑자기 건강한 모습으로 죽어 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노력도 기능적(생물학적) 측면과 외모 등 눈에 보이는 형태적 측면으로 나뉘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근래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이나 운동요법 등이 노화를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대표적 노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상업적 의도에 의해 많이 오염되면서 본래의 취지가 변색하고, 나아가 신체 기능보다 외적 형태에 치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름다움을 지속하려는 노력은 본능에 가까운 욕구다. 따라서 연륜에 걸맞은 형태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입각한 아름다움의 추구는 질 높은 삶을 영위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라고 나는 본다.
따라서 ‘노화에 임하는 최선의 방식’은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이 원하는 생활 행태를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죽음을 연기함으로써 삶을 연장하되 삶의 질, 최소한의 자존심, 인간적 품위 등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틀에 박힌 생활습관의 변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즉, 흡연, 상습적 음주, 편식, 고착된 생활습관 등을 탈피하는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 교정이 절실하다. 이러한 ‘생활요법’이야말로 성공적인 노화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