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거나 무관심했던 ‘숙제’들을 수면위로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이 드라마가 소재로 삼은 ‘장애인’ ‘문화재’ ‘환경’ ‘탈북민’ ‘여성차별’ ‘저작권’ ’부당해고’등은 한때 우리 사회를 금방이라도 삼켜버릴듯했던 화두들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못다 한 숙제처럼 그러나 왠지 더 풀고 싶지 않은 숙제처럼 찜찜하게 남아있는 이슈들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 우영우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처럼 앞뒤가 다르지 않은 투명한 시선으로 이 숙제들을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때아닌 ‘고래 열풍’ 이 불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영우의 맑고 투명한 시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역삼역? 처럼 앞뒤가 같은 우영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앞뒤가 다르고 권모술수가 돋보이는 인물이 있다. 로펌에서 우영우와 한 팀에 소속되어 있는 변호사 ‘권민우’가 바로 그 인물이다. ‘ 법정드라마’ 이자 ‘장애드라마’인 이 작품은 장르의 성격상 ‘음모’ ‘배신’ ‘결탁’ ‘권모술수’ 등이 작품 전개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있는데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권모술수의 대가는 생사를 걸고 싸우는 치열한 법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같은 팀에 있다는 점이 우리를 주목하게 한다. 더구나 장애를 가진 팀원을 상대로 그것도 팀원에게 가장 아픈 상처인 ‘탄생의 비밀’ 을 무기 삼아 자신의 이익을 구하려는 권모술수를 부린다는 점에서 비열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권민우의 치졸한 권모술수는 우리에게 낯선 모습들이 아니다. 정치사회적으로 만연되어있는 권모술수의 모습들.. 극중 권민우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고 피시방에 앉아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남을 험담하거나 공격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상처나 비밀을 들고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은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 속에 있고, 언제 어디서 나에게 작당 질을 할지 모른다. 권민우의 선을 넘은 악행은 자신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허세는 부리지만 상대적 빈곤과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 빈곤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자꾸만 상대에게서 찾게 되면 빈곤과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상대를 이기기 위한 권모술수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는 이러한 권모술수가 어떤 비참한 결과들을 낳게 되는가를 정치 사회적으로 매일매일 접하고 있다.
‘로또 당첨금’을 소재로 삼은 이 드라마의 최근 방영분에서는 프랑스에서 활용되는 ‘자폐인을 위한 포옹의자’ 얘기가 나온다. 이 포옹의자는 자폐인이’ 감각 과부하’ 상태일 때 꼭 안아주듯 압력을 가해줘 불안함을 완화해준다고 한다. 이 포옹의자는 자폐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나친 빈곤과 불안에 떨면서 권모술수를 행하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권민우‘에게도 필요한 의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연인 이준호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전용 포옹의자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상대적 빈곤과 불안이 솟구칠 때마다 우리 스스로 포옹 의자에 앉아볼 일이다.
사람을 만나고 그사람의 미래와 인생을 조언해주는 컨설턴트로서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혹여나 상대적 빈곤과 불안에 떠는 권모술수 권민우의 모습이 보인다면 내가 그들를 위한 포옹의자도 되어볼 일이다.
김미영 컨설턴트 / rebeca@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