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거 내가 한 기업의 수입신발사업부 재직 시절 BU장이었던, 그리고 현재도 글로벌 슈즈 브랜드의 지사장을 맡고 있는, 슈즈업계 최고전문가 중 한명인 선배가 물었다. “장 팀장! 요즘 ‘어그(UGG)’가 다시 유행하는 거 알아? 게다가 주고객층이 1020 세대야. 참 흥미롭지?”
*당시 나는 수년간 담당했던 슈즈 브랜드 매니저 자리를 그만두고 스포츠 브랜드로 이직하며 슈즈 트렌드에는 민감하지 못했다.
2004년 방영된 유명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신고 나오며 화재가 된 이후, ‘어그’ 부츠는 당시의 1020 세대의 여성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소위 머스트 아이템이자 국민 겨울신발이었다. 그 후 차츰 잊혀졌던 ‘어그’는 2020년 대의 1020 세대에게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되며 돌아온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레트로(Retro/복고)와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는 패션업계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트렌드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지켜보며 빠지지 않고 나왔던 기사의 내용은 “유행은 돌고 돈다.” 였다.
하지만 최근의 ‘어그’ 재(再)유행의 이유가 트렌드의 시기를 잘 만난 영향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다른 면을 본다.
내부의 양털을 위쪽으로 접어 발목을 살짝 감싸는 형태의 양털부츠로 대표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그 것을 반세기에 걸쳐 고집 있게 지켜온 장인정신, 그리고 인내와 열정, 이것이 ‘어그’의 힘이다. 1960년대 서퍼(Suffer)들이 신던 발싸개에서 시작하여, 1981년 ’UGG Australia’ 설립, 국내에서는 일명 ‘임수정 부츠’로 유명해진 이후 최근의 재유행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어그’의 브랜드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이코닉한 코르크 재질의 풋베드 샌들로 유명한 ‘버켄스탁(Birkenstock)’, 특유의 밑창과 둥근 앞코에 노란색 웰트 스티치로 대표되는 ‘닥터마틴(Dr. Martens)’,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대부분의 브랜드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아류를 탄생시킨 아이코닉한 디자인, 설립이래 수십~수백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위기와 유행, 그리고 사모펀드로의 인수와 같은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도 고집 있게 버텨오며 소비자들에게 기억되고 여러 번의 재유행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력을 가진 브랜드!
이런 브랜드를 나는 명품(名品)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개인의 브랜드 힘으로 자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나’라는 브랜드를 변함없이 명품으로 빛나게 해줄, 나만의 브랜드력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일 것 같다.
장범석 컨설턴트 / edchang@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