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역삼역 인근에서 한 후보자를 만나기로 오후 2시에 약속을 하고 20분 정도 미리 도착하였는데 기존 익숙한 커피전문점이 만석이라 역삼역 안쪽을 둘러보았습니다. 조금 놀란 것은 여러 사무실들 사이에 숙박업소들이 끼어 있는 것도 그랬지만 많은 젊은 직장인들이 장소마다 모여 자유로운 캐주얼 복장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들과 평일 업무시간 중인데도 불구하고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보통은 테헤란로에서 보이는 정돈된 외면과 다른 역삼역 빌딩숲 안쪽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2시가 되어 처음 만나게 된 후보자와 이 구역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하니 자세한 설명을 해 주면서 본인 또한 처음에 낯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이 곳은 게임사, IT 관련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고 개발자들의 업무공간이 밀집한 곳이었더군요.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고 낮 시간에는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자유로운 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간단하게 진행하면서 어제 제가 이력서에 필요한 증명사진을 요청했던 것과, 서류 추천 전임에도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클래식하다’ 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클래식하다’라는 것이 자세하게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고전적인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제가 사전과 나무위키를 통해 찾아보니
“형용사로 사용될 경우 '일류의'/'최고 수준의'/'대표적인'/'전형적인'/'유행을 타지 않는'/'기본적인' 등의 의미를 가지며, 명사로 사용될 경우 '수작'/'명작'/'걸작'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영어 단어. 주로 무언가 시대를 초월하여 세간에서 인정을 받으며,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표현한다.”
라고 합니다.
사람과 기업 사이를 이어가는 일을 한지 꽤 오래 되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간 후보자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가 ‘헤드헌터’ 를 실제 만나본 것이 처음이라는 후기입니다. 메일을 주고 받고 통화를 한 경우는 많았지만 실제 대면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제가 업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비대면 비즈니스가 더 자연스러워졌고 직접 만나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누구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음이 사실이지만 ‘클래식’의 가치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는 상대방의 진실과 생각이 온전히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화상으로 보이는 화면 외에 여러 느낌을 인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 만남에서 조차 수많은 왜곡과 정보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고객사들은 본사가 서울에서 먼 지방에 위치해 있는데 담당자를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후보자의 면접 진행을 돕고자 본사에 드나들기도 합니다.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를 응시하는 것보다는 한적한 주중시간에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운전해 가는 것의 즐거움이 큽니다. 특히나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행과 업무가 결합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효율의 전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특수성은 오히려 중장기적인 효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AI가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고 각종 플랫폼들이 출현하여 사람이 하는 일들을 대체해 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이 상황에서 ‘클래식’ 함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이 어지럽고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특화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융통성을 빙자한 편법이 만연한 요즘 세태에 저는 앞으로도 더 ‘클래식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장요섭 컨설턴트 / joseph@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