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한 외국계 기업이 마케팅총괄이사 선발을 담당할 헤드헌팅 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자 6개 업체가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모에 참여한 엔터웨이 김경수(金景秀) 부사장은 프레젠테이션(PT)에서 “정보기술(IT) 분야 A사, 컨설팅 분야 S사 등에서 헤드헌팅을 성사시켰다”며 기업 이니셜만 밝혔다. 실적을 최대한 홍보해야 하는 경쟁 PT에서도 고객 기업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임원급 이상 간부에 대한 헤드헌팅은 첩보전처럼 은밀히 진행된다. 지난달 KT 사장으로 내정된 남중수(南重秀) KTF 사장은 헤드헌팅 업체 두 곳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KT는 관련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안=생명’으로 통하는 곳이 바로 간부급 헤드헌팅의 세계다.
○ 은밀하고 신속하게
간부급은 헤드헌터가 대상자를 찾아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직 의사를 표시하기 전에는 고객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급여, 직급, 업무 분야 정도만 제시할 뿐이다.
고객 기업에도 지원자 신분과 회사는 알리지 않고 프로필을 보내 의사를 타진한다.
최종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들이 가입한 동호회나 협회 관계자를 만나 평판을 확인하는 작업도 거친다.
물론 이때도 헤드헌팅 ‘낌새’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인터뷰 의뢰가 들어와 자료 수집 중이라는 식”으로 ‘연막작전’을 펴야 한다.
엔터웨이 김 부사장은 “일부 지원자는 지인들에게 장점만 말해 달라며 사전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기업 쪽에서도 간부급 인사를 선발할 때는 인사팀을 배제하고 담당 이사나 대표가 직접 헤드헌터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승진을 기대했던 내부 인사로부터 견제가 들어오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기업에서는 대주주가 새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직 CEO가 우호세력을 동원해 회사 지분을 매집하며 방어에 나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 본 자료는 2005년 07월 02일 동아일보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