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네트워크' 에 활용하라
2년 전 미국에 체류할 때의 일이다. 우연히 알게 된 미국인 대학생 주디는 한국의 대학 졸업반 학생만큼이
나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교내 취업센터에서 상담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구인정보를 찾느
라 열심이었다. 이력서 작성과 면접 준비 등 모든 과정이 우리네와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한 가지가 생소
했다. 바로 ‘취업 명함’이란 것을 만들어 친구들과 교수, 또 이들의 소개로 만나게 된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크기나 재질에서 명함과 거의 흡사한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출신 학교와 학과를 적
고 그 아래에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와 일하고 싶은 분야를 써 넣은 것이었다.
필자 기억으로 그 명함에는 대형 쇼핑몰과 의류매장에서 수년간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업
체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싶으며, 자신이 매우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디가
취업하기 이전에 필자가 귀국하는 바람에 그 취업 명함이 얼마나 힘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취업 철
을 맞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한번 권해보고 싶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있으면 됐지 이런 게 왜 필요할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공개채용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에 이력서를 제출해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구직자들은 굳이 취
업 명함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이 공개채용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지인의
소개와 추천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취업 시장의 특성을 생각해보자.
인터넷 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구직자로서는 자신을 어느 기업체에 잘 소개해
줄 지인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취업 명함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
다.
누구 소개로든 넓은 인맥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력서보다는 취업 명함을 먼저 건네보자. 받는 사람
의 입장에서 이력서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조그만 취업 명함은 부담이 작으면서도 상대방을 오래 기억하
게 만든다. 이력서가 책상 구석의 서류함이나 컴퓨터 속에서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면 취업 명함은 비즈
니스맨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춰보는 명함첩 안에서 방긋 웃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희망 업종이 독창성
을 요구한다면 사진을 넣는 등 개성 있는 명함을 만들어보자.
취업 명함뿐 아니라 자신의 구직 활동을 일지처럼 기록하는 취업 노트도 권하고 싶다. 지원하는 기업 명
단, 주요 채용 정보와 지원 일정, 취업 명함을 돌린 지인들과의 접촉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취업 시장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필자의 권유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
는 구직자들이 있는 걸 보면 한번 시도해볼 만할 것이다.
※ 본 자료는 2005년 09월 11일 세계일보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