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 및 경력개발 컨설팅기업인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운영 총괄 부사장은 최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취업 특강을 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성장 배경을 쓰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학생들의 눈은 대번에 둥그레졌다. 흔히 성장 배경은 자기소개서의 필수요건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태어나…하는 식의 정형화된 자기소개서가 너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차라리 지원한 회사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포부부터 적어보라고 권한다. 그는 자기소개서 등 입사지원서에서 '팩트'를 가장 중시한다. 기업들이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자기소개서의 미문(美文)이 아니라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팩트(구체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얻어낸 성과물을 보여주면 좋다. ▶다른 사람보다 책임을 많이 맡았던 일▶타인들이 기대하지 않았지만 좋은 성과를 낸 일▶결과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시도▶중요한 인물의 칭찬▶성과물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일 등을 보여주면 좋다. 팩트를 중시하는 것은 그의 전직(前職)과도 관련 있다. 그는 언론사인 연합뉴스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0년 커리어(경력개발) 컨설턴트로 전직했다.
박 부사장은 취업을 낙관하는 명문대생에게는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취업에 계속 실패하는 한 명문대생은 그에게 "학벌도 좋고 꼭 될 거란 자신감이 많았는데도 떨어졌다"며 "도대체 왜 내가 대기업에 못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대기업 취업은 고시입니다. 고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합격할 수 있겠습니까." 명문대 출신은 자신들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회사에 대한 애정이 적으며, 이직률이 높다는 식의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이 겸손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춘다면 그래서 더 돋보일 수 있다.
서류 전형에서 고배를 마시기 쉬운 비명문대나 지방대 출신 학생들에겐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이력서를 100군데씩 돌리지 마세요. 다섯 군데만 찍어서 그 회사에 대해 확실하게 준비해 보세요. 예를 들어 그 회사에 대한 최근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두고 기업 분석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당장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합격만 시켜주시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거나 '월급 안 받고도 일하겠다'는 식의 '읍소형'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 박 부사장은 "학벌은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OO업무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박 부사장의 조언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 커리어 관리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기업 입장에서 학점은 지원자의 학업 능력보다 성실성을 평가하는 잣대다. 요즘같이 학점 인플레가 심한데도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물론 학점이 만점일 필요는 없다. B학점 이상이 되도록 관리한다. 2, 3학년 때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준비할 시기다. 취업 특강에도 참가해 보고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길 권한다.
◆ 자기소개서 작성법=자기소개서는 나를 소개하는 곳이라기보다 회사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를 쓰는 곳이다. 첫 세 줄에 핵심을 넣어라.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담는다. 프로젝트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독특하게 기여했는지, 내가 남과 다른 어떤 능력을 가진 덕분에 더 많은 프로젝트를 맡게 됐는지 등을 적는다. 가능하면 숫자를 넣어서 성과를 보여준다. '효율적으로' 혹은 '성공적으로' 같은 부사를 적절하게 구사해 본다. 경험을 나열하지 말고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적는다. 공공기관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법무법인에서 일했다면 민감한 비밀정보를 취급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점을 과시한다.
인사 담당자는 자기소개서에서 시선을 끄는 부분에 표시해 뒀다가 면접 때 질문 재료로 삼기도 한다. 면접 때의 답변이 자기소개서와 다르면 지원자의 신뢰성에 타격을 준다. 자기소개서 등 제출 자료는 반드시 복사본을 마련했다가 면접 전에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가급적 여백이 없도록 작성한다. 빈칸이 많으면 성의없이 보일 수 있다.
◆ 정보도 전략적으로 나열해야=정규 교육과정을 설명할 때는 고등학교부터 시작한다. 그 이전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대학 과정은 지원하는 직종과 업종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학습이나 프로젝트를 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록하자. 비정규 교육 프로그램, 가령 학원이나 자격증, 외국어 등에 대해서는 해당 직업에서 필요한지를 판단해 선택적으로 넣자. 각 회사에서 지정한 양식의 이력서를 작성할 때는 빈칸을 모두 채우는 게 좋다. 약어나 비속어는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학력이든 경력이든 가장 최근 것부터 기록하는 게 순서다.
◆ 외국어 능력 돋보이게 하는 법=영어 면접 등에서 '문법' 따지며 고민하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생각나는 단어를 그냥 나열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절대 눈동자를 위로 올리지 마라. 문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반드시 상대를 쳐다보면서 얘기하라. 같은 영어 실력이라도 '눈을 맞추며' 하면 점수가 높아진다.
* 밑줄 쫙~
① 이력서 쓰기 전에 목표 설정부터 분명히 하라.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취업 준비는 '안개 속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 혹은 '100m 결승점이 어딘지 모르고 달리는 것'
② 모범생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학벌의 계급장을 떼고 진검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다.
③ 30대에 사춘기를 맞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준비해라.
-'부실 인생 공사'를 하지 않으려면 대학 때부터 좋은 설계도를 가져야 한다.
④'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찾아라.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장점은 누구나 있다. 단점을 보완하면서 살기에는 인생이 짧다.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자.
⑤ 대학 때 했던 아르바이트, 인턴십도 경력 사항이다.
-수업 때 수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서 일반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특별활동 사항에 넣어서 설명하라.
⑥ 자기소개서는 개성 강하게 작성하자.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는 문구는 너무 물린다.
⑦ 글은 두괄식으로, 역삼각형으로 써라.
-면접위원들은 글을 다 읽어볼 시간이 없다.
⑧ 상대방이 인정할 만한 구체적 사례를 넣어라.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게으르고 '왕따'당하고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쓰는 이가 어디 있겠나.
⑨ 기업과 업무를 알기 위한 노력을 해라.
-지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꿈을 꿔야 한다.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기획부서에 들어가서 사업 전략을 짜고 싶다'라는 표현을 이력서에 쓰고 면접 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⑩ 10년 뒤 오늘 이 시간에 뭘 하고 있으면 행복할지 생각해 보라.
-어떤 차에 어떤 옷을 갖출지, 누구와 점심을 먹을지, 어떤 사무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등을 생각해 보라. 그런 그림이 잡히지 않을 때는 관련 기업에 있는 선배를 만나라. 그 선배들의 소개를 받아 또 다른 사람을 만나라.
⑪ 이름.학교.전공.연락처.장점.희망사항 등을 적은 취업 명함을 준비하라.
-나 자신을 기억하게 하는 휴먼네트워크 관리는 대학생 때부터 하자. 구직자의 50%가 소개를 통해 직장을 잡는 시대에는 자신을 강하게 오래 기억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뭔지 생각하라.
⑫ 영업직을 기피하지 마라.
-기업들은 돈 벌어다 주는 영업맨을 위해 더욱 투자할 것이다. 뛰어난 영업맨은 기회가 많다.
출처: 중앙일보 글=서경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 본 자료는 2005년 10월 04일 중앙일보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