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유학파를 비롯한 글로벌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조기 퇴사자가 많은 데다 성과가 낮은 경우가 많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인 W그룹.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유수 대학을 돌며 캠퍼스 리크루팅을 시도했지만 필요로 하는 인재 확보에 실패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유학파와 현지 교민을 채용하려 했지만 쓸 만한 인재을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인 A사. 한 때 외국 대학의 석사나 박사 출신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채용했던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유학파 채용에 신중해졌다.
그룹 차원에서는 해외파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A사의 경우 해외파가 6개월도 못 버티고 줄줄이 나가는 바람에 방침을 바꿨다. 이 회사 인사 관계자는 14일 “해외파는 요구 수준이 높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만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맡는 직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아이비 리그 출신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딴 뒤 내로라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현지 근무 경험을 쌓은 김모(36)씨는 국내 한 대기업에 고액 연봉에 전격 스카우트됐으나 3년이 채 안돼 회사를 그만뒀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회사에서 시켜주지 않고 성에 차지 않는 일을 맡긴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문화적 충돌도 있다. 굴지의 전자업체에 미국 현지 채용으로 입사한 B씨. B씨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미국에서 마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인재였다. B씨는 그러나 2년이 채 안돼 퇴사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토론 문화에 익숙한 그에게 윗사람들의 일방적인 지시는 통하지 않았던 것.
해드헌팅 업체인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운영 부사장은 “해외파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성취욕이 높아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성공을 이루려한다”며 “조기 유학으로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국내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기업 오너들이 해외 인재 확보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어 해외파 영입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미주 현지 채용을 실시해 세 자릿수 규모의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며 LG전자는 인사담당 임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단’을 북미와 일본,유럽 등지에 파견했다.
LG전자는 올해 전체 채용 인원의 10%선인 200∼300명을 해외파 연구개발분야 석·박사로 채울 계획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해외파에 대해 회사 고위층의 관심이 지나치다”며 “적절한 수준을 뽑기 위해 인사자료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자료는 2006년 03월 14일 국민일보에 보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