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A씨는 학벌도 좋고 전공도 현재 업무와 관련성이 높아, 어느 회사에서든 충분히 환영받을 만했다. 그런데 다른 데 문제가 있었다. 필자는 A씨에게 현 회사의 상사에게 평판조회를 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A씨는 칠색팔색하면서 만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적이 형편없었다.
성공스토리가 있는가?
결국 필자는 A씨에게 ‘지금 구직활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1년 정도 현재 업무에 전념하면서 성공사례(success story)부터 만들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직할 때는 누구나 용납할 수 있는 이유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직하려면 무엇보다 성공스토리가 절실하다. 물론 처음 사회에 나오자마자 ‘성공’의 날개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 시작은 대부분 미약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해를 받는 구실이 되지는 못한다. A씨와 같은 상태에서는 더 나은 회사 혹은 그와 비슷한 회사로의 이직이 쉽지 않다. 업계가 워낙 좁기도 하거니와, 더욱이 A씨처럼 영업직이라면 평판에 대해 무시할 수도 없는데, 실적이 없으니 평판조회에서 좋은 평이 나올 리도 없다.
물론 이것이 사회초년생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B씨는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부장을 마지막 호봉으로 퇴사하려 했다. 한때 B씨는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성사시키며 인정을 받았고, 누구도 그의 임원 승진을 의심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그는 회사에서 성공스토리를 써가는 듯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성공 직후 그는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벌였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렇게 이력서에 실패 스토리가 더해졌으니 그의 이직도 쉽지 않았다. 만약 B씨가 신규사업 프로젝트를 벌이기 전에 이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직은 타이밍이고, 그 타이밍은 내가 현재 업무에서 잘나갈 때란 점을 명심하자.
성공스토리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물론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면접장에서 머릿속에 자신의 사회생활의 모든 것(history)에 대한 흐름을 정리하고 그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는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기준(성과)을 빠트리지 말고 모두 포함하자.
또한 면접장에서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쓸 때는 추상적인 언어 대신,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자. 인사 담당자가 단조로운 질문을 한다고 간단하게 응수하는 것도 금물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의 조직 구조(배경·환경)와 그 내부에서 본인의 포지션(형식적인 직급·실무적인 직급), 리포트 라인(결정권·조직관리 능력), 협업했다면 업무 비중(독립성)은 몇 퍼센트였는지 등을 명확하게 구술해야 한다.
그런데 A씨처럼 성공스토리가 없을 때는 면접장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때는 인정해야 할 부분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지금부터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 또는 팀원의 무능함과 부도덕함의 피해가 본인에게 전가됐다거나, 회사 정책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업무의 일관성을 평가받지 못했거나, 부모님이 아파서 병간호로 공백이 생겼다거나 하는 식의 핑계는 금물이다. 이는 모두 배경이나 구조, 환경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정작 그 조직 안에서 수행했어야 할 자신의 이야기는 빠진 허울뿐인 이야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도, 이것이 후보자의 실적과 이직 사유를 대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