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에 취직하는 방법, 광고주나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법, 트래픽을 늘리는 법 등
등 독자들이 물어오는 질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모든 질문을 답해 줄만큼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내 한 마디에 전세계 인터넷 사업이 좌지우지 되고 있겠지.
그러나 내가 이런 질문을 해 오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
줄까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짐 켈리. 바로 우리 클릭지(ClickZ.com)에서 일하고 있
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 사람의 이야기가 장래에 대해 막막한 불안감에 빠진 모두에게 교
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1999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당시 2년간의 사이트 시범 서비스를 마
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광고 영업 팀장을 뽑을 참이었다. 우리는 유능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에 구인 광고를 냈고,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력 회사에 문
의도 해 보고,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수소문 해 보기도 했다.
그때 연락이 닿은 두 명의 지원자를 기억한다. 한 사람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온라인 업계
에서 수년간의 경력을 갖고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능수능란한 설명을 하는 편이었
다. 그러나 우리 클릭지 사이트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 하지도, 거의 언급하지도 않았다.
또 한 사람은 큰 키에, 잘 생기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이 사람은 인터뷰에 들어
간 지 단 몇 분만에 대화를 완전히 자기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는 클릭지의 지분
10%를 원했으며, 최소 15만 달러의 연봉, 그리고 15%의 커미션을 원했다. 그리고 그는 그
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클릭지에 굉장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
지만 그 역시 클릭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닷컴 기업이라는 것
뿐.
둘 다 서류상으로는 매우 훌륭한 적임자였다. 나는 둘 중 아무나 뽑아도 좋은 성과를 올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때가 바로 짐 켈리라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받은 때이다. 이 사람은 내 동생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였던 사람인데 어쩌다가 우리 회사에 일자리가 있다는 걸 들은 모양이었다. 그
는 일단 이력서를 보내왔는데, 대충 살펴보니 우리 자리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전에 무슨 인쇄매체의 광고 영업부서에서 얼마간을 일했고, 그 후 몇 년간 어느 동성
연애자 잡지에서 광고 수주를 담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력서로 알릴 수 있
는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클릭지의 공동 운영자인 앤
(Ann)과 나를 직접 만나길 원했다.
우린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나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에 있는 @d:Tech 회의실에 약속 장소를 잡았다.
그곳에서 아침 10시 만나기로 했는데, 그 친구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나와 있었다. 그는 한
시간 전부터 @d:Tech의 전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영업 마케팅 사원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본 모양이었다. 그는 그곳의 사업 모델이라든가, 경영 전략에 대해 탐색
했고, 그리고 혹시 사람들이 클릭지에 대해 알고 있는지 떠 보았다고 한다. 그는 한 시간
동안에 그곳의 전반적인 시장 조사를 다 끝마친 셈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면접 약속을 잡기 일주일 전부터 준비해 온 것들이었다.
그는 나와 앤이 그 동안 써온 모든 기사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클릭지 작가들이 쓴
기사 샘플들을 모두 검색해 읽어 봤으며, 클릭지에 나온 모든 광고들을 클릭해 보고 그 광
고주들의 웹 사이트들도 살펴보았다. 클릭지에 어떤 종류의 광고들이 들어올 수 있으며,
그들이 클릭지에 광고를 내는 이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우리와 면접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그는 완전히 걸어다니고 말
하는 클릭지 대백과사전이 되어 있었다. 그는 우리가 당시 계획하고 있던 사업 계획과 광
고 전략에 대해 정말 자세하고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우리 사이트
가 가지는 문화적인 배경과 철학까지 꽤뚫고 있었다.
오직 첫번째 면접을 위해, 그는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그를 그 자리에서 채용했고, 짐은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짐이 우리 고객들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버린 것이었
다.
클릭지는 파트너 관계와 관련된 제의를 꽤 많이 받고 있는 편이다. 광고를 팔거나 협력 관
계를 맺거나, 기타 등등의 제의를 받고 그들과 협상을 벌이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짐을 만
난 뒤로 그 사람들도 짐처럼 우리에 대해 완벽한 리서치를 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됐다. 만
일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우린 바로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것이다.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필요한 법이다. 투자자들이나 스폰
서, 광고주, 콘텐츠 제공자, 기술 협력사… 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
해서는 이들에 대해 먼저 잘 알아야 한다. 이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기 전에 그 사람에 대
해,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깊고 폭 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비즈니스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하라. 그 사람이 처한 입장에, 그 사
람이 갖고 있는 이익 목표에 시점을 맞춰 보도록 하라. 그래서 과연 자신이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 다 줄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라.
이런 준비를 하고 나온다면 당사자는 물론 굉장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일단 그 사람이
자신을 위해 그런 ‘귀찮은’ 일을 감당해 냈다는 것 자체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식의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해 당사자는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자신의 숙제를 충실히 해 간다
면 고객, 파트너, 광고주… 어떤 종류의 사람을 만나서도 모든 일을 순조롭게 풀어 갈 수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