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직장인의 윤리’ 얘기를 할까 합니다. 사회 생활이 도덕 교과서와는 다르지 않느냐며 고개를 돌리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러나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물론이지만 직장에서도 윤리적인 생활은 매우 중요합니다. 직장 구성원의 윤리성이 파괴될 경우에는 소비자 권익 및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경력개발 과정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됩니다. 미국 엔론사의 붕괴가 자녀의 유치원 배정과 둘러싼 부도덕한 흥정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죠.
여러분, `셀프 리더’라는 용어를 요즘 자주 들으시죠? 셀프 리더라 하면 엄격한 자기통제와 감정조절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 셀프 리더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 바로 윤리성과 정직성입니다. 일반 기업의 경영자(우리는 이들을 흔히 `리더’라고 부르죠)와 셀프 리더를 구분짓는 잣대가 희생 정신과 함께 바로 이 윤리성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윤리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어느 유명 기업의 B마케팅과장은 뛰어난 능력으로 평소 상사와 동료들의 감탄의 대상이 돼왔습니다. 올해 초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그는 탁월한 대인 관계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신규 고객을 다수 발굴해서 회사 매출에도 상당히 기여를 했습니다. 게다가 유럽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까지 구사하는 점도 그의 큰 장점으로 부각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 회식에서 B과장은 취중에 몇몇 동료들에게 자신이 유럽 명문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으며 잠시 그 대학에서 청강을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됐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사실이 회사에 보고가 됐으며 B과장은 해고됐습니다. 졸업 여부를 문서로 확인하지 않은 인사 책임자도 징계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 회식 장소에서 B과장의 고백을 들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 여러분이 이 사실을 보고받은 상사라면 어떻게 조치하겠습니까?
사례는 더 있습니다. 업무차 외근을 나갔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이나 먼저 일이 끝났습니다. 함께 나간 동료는 근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농땡이’를 치자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좀더 심각한 얘기를 해볼까요. 산업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운반 기사로 근무중인데 상사가 폐기물을 야산에 버리고 오라고 합니다. 유명 한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주인이 손님들에게는 한우 고기라고 해놓고선 수입육을 팔게 한다면?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근무중인데 친한 친구가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달라며 ID와 비밀번호를 달라고 한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직장인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은 될 수는 없겠지만 7가지 기준을 제시해볼까 합니다.
첫째, 여러분의 행동이 합법적인지 아니면 불법적인지 판단하세요. 산업폐기물을 야산에 버리는 것은 불법이죠.
둘째,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셋째,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상의하십시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반드시 윤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촌지 문화에 익숙해있던 어느 회사에서는 다수의 직장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거래처나 납품업체의 촌지를 받아도 무방하다고 조언을 해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넷째, 자신의 행동이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 방영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해보세요.
`PD수첩’이나 `뉴스추적’에서 내 행위를 보도한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지 말입니다.
다섯째, 자신이 타인에게 한 행동을 타인이 똑같이 자신에게 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느끼겠습니까? 당신이 회사의 구매 책임자인데 직원들이 회사의 물품을 하나씩 모두 집으로 가져가 개인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면 당신은 그냥 방관하시겠습니까?
여섯째,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사규에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에 관한 사내 원칙을 갖고 있으며 갈수록 이런 룰을 마련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일곱번째, 다른 사람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고 들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마세요. 뒤에서 쑥덕쑥덕거리는 것은 회사 전체의 윤리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