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을 극화한 드라마 `상도’가 종영됐음에도 이 드라마에서 임상옥이입버릇처럼 해온 대사 한마디는 여전히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이 대사가 물론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가 이야기한 `사람’은 상단내 장사꾼들일 수도 있고 거래관계에 있던 다른 상인들일 수 있다. 헤드헌팅과 커리어컨설팅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의 한마디가 기업내 핵심 인재의 개발과 유지가 이윤 추구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경제부 기자로서, 그리고 헤드헌터로서, 경력컨설턴트로서 10여년간 현장을 뛰고 있는 필자로서는 현재와 같은 기업들의 핵심 인재 관리 수준과 인식으로는 글로벌 경쟁 시대를 뚫고 갈 수가 없다고 진단한다.
작금의 경제 위기 역시 기업가 정신, 다시 말해 돈을 벌려는 기업인들의 욕망을 감퇴시키는 정부 정책이나 국민들의 반기업적 정서만을 탓할 수는 없다. 기업들 스스로가 경쟁 시대를 이겨나갈 만한 내공과 맷집을 기르지 못한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그 핵심은 우수 인재의 유지 전략 부재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인사 담당자들께선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번 보자.
이직 상담을 주로 해주고 있는 커리어컨설팅 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실제 이직을 대행해주는 헤드헌팅 회사만도 국내에 2백개를 넘어섰으며 종사 인력도 1천명을 상회한다. 이들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직을 시도하는 직장인들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또 경력 상담 과정에서 만나는 적잖은 직장인들은 “현재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했으므로 이직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는 자신의 단물만을 빨아먹고 `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직장인 스스로도 내쳐지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편다. 이들에겐 2-3년마다 직장을 옮겨다니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인식도 있는 듯 하다. 이런 직장인들이 다니고 있는 기업의 인사 정책에는 공통점이 느껴진다.
직원들을 기업 가치 및 자산의 핵심 요소로 꼽지 않고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어느 유명 외국기업의 인사 임원은 필자의 이런 의견에 대해 “당장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핵심 인재 양성이니, 우수 인재 유지(retention)같은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은 경력사원이나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 투자에 인색하며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할 때에는 다시 사람을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이직이 심한 회사의 인사 부서에서는 반드시 그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특히 핵심 인재로 분류했던 직원이 조직을 떠나려 할 경우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디 회사에 가더라도 환영받을 만한 우수 인재가 우리 회사에서 비전을 찾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가도록 하는 것도 인사 부서에서 해야 할 중요 임무로 생각해야 한다.
방법론적으로는 비용을 들여 조직 진단 컨설팅을 받거나 자체적인 노력으로 문제의 근원을 찾아 인사 제도를 개선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커리어코치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전문 커리어코치는 개인의 역량과 태도를 진단하고 조직내 커리어 경로를 설정하는데 조언을 주게 된다.
집단적 인사관리의 효용성에 한계를 느낀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 개인의 특수한 상황과 역할에 적합한 카운
셀링에 대한 요구가 커리어코치 태생의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커리어코치 활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개념이다. 기업내 문제를 외부인에게 공개하고 해결점을 찾아 달라고 맡긴다는데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사 부서 담당자가 커리어코치를 자임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CEO가 직접 커리어코치가 될 수 있다.
잭 웰치는 자신의 업무 시간의 70%를 임직원들을 코칭하는데 할애했다고 자서전에서 쓰고 있다.
커리어코칭은 직원 개인을 만나 “요즘 어려운 일 없어요?”라고 묻는 식과는 다르다. 직원 개인의 성격 유형, 사회경제적 배경, 흥미, 적성 등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와 같은 성격 유형의 소유자는 창의적인 일거리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에는 회사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여기고 다른 기회를 모색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직원 개인이 스트레스를 어떨 때 주로 받는지, 또 그 스트레스 해소법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업무 효율성이 높은 부분과 떨어지는 부분도 찾아내야 한다. 직원 개인의 흥미와 적성, 능력이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으로 경력 개발 경로를 사내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하며 그 결과물을 제시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물론 사내의 다른 임직원들이 모르게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비밀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직원 개인은 커리어코치에게 마음을 열지 않게 되며 발전적인 해결책 모색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