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인터컨티넨탈(InterContinental)호텔그룹이 영예의 1위로 뽑혔다. 전체적으로 미국 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인도 기업들이 다수 선정됐으며 일부 터키 기업도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톱 5중에 인도, 터키 기업이 모두 포함됐다.
ASTD가 밝힌 시상 이유를 보면 이들 수상 기업들은 전 세계적 불경기 속에서도 학습을 비즈니스 전략적 목표 달성의 도구로 잘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불경기에 적합한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는 동시에 그에 적합한 학습 방식으로 민첩하게 전환한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일방향적 교육이 아니라 트레이너와 직원간, 직원 상호간의 격식없는 의사소통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전략.전술적 수정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수상 기업들이 HRD 예산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라면 우선 교육 훈련에 대한 예산 축소부터 검토하는 수많은 국내 기업들의 관행이 타당한 것인지도 이들 기업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HRD 수준을 세계 유수의 기업과 나란히 놓고 점검해보는 차원에서라도 한국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를 권장하고 싶다. 이런 점에서 톱 5 기업중 3개사 사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1위)
인터컨티넨탈호텔 뿐만 아니라 홀리데이인, 크라운플라자 등 7개 특급호텔 브랜드를 보유한 자이언트 호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이번 심사에서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임직원 개개인의 학습 필요성을 가장 잘 매칭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최고점을 받았다. 조직 전체의 업무뿐만 아니라 팀, 근로자 개인의 업무를 4개 분면(금전적 성과, 고객의 경험, 인재개발, 책임감있는 비즈니스)으로 나눠 지속적으로 성과를 평가해 임직원의 전략적 몰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휠(wheel)” 시스템을 만들었다.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 자신이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판단하고 학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 세계에 퍼져있는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해 버츄얼 리더십 훈련장을 인트라넷에 구축했다. 커뮤니티 기능과 소셜 미디어 성격을 부여해 인포멀 학습이 일어나도록 했다고 한다. 호텔의 주요 업무인 객실, 유지보수, 세일즈 마다 특화된 리더십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또 리더십 학습은 수강생들이 동시에 접속해야 하는 프로그램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접속해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인터넷교육이 활발해지면서 온라인 세일즈 워크숍 참가자가 배로 늘었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도 않으며 트레이너를 추가 투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인터넷 교육의 최대 강점이라고 한다. 전체 프로그램을 놓고 봐도 연간 강사 한 명당 수강생 인원이 25% 늘었다.
데이터텔(2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직원 50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북미 전역의 대학을 대상으로 IT 솔루션과 교육컨설팅 서비스을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 42년간 꾸준히 흑자 경영을 해온 이 회사는 최근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학습과 능력개발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최근 HRD 비용을 대부분 감축한 대학들은 종전과는 다른 서비스를 요구했다. 이때 데이터텔 임직원들의 지속적인 학습이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2009년부터 각 사업부서에 있는 임직원들이 불황기에 적합한 신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위해 기존 서비스와 상품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고 한다.
데이터텔의 학습 분위기는 매년 5일간 열리는 ‘디스커버리 주간’에서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버지니아주의 호텔을 빌려 열리는 이 행사에는 임원 100%, 직원 88%가 참여한다. 미국 전역에 떨어져있는 임직원들이 함께 모여서 95개 학습 세션을 소화한다. 격없는 미팅도 많이 열려 평소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직원들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이 된다고 한다.
앞선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의 경우와 유사하게 데이터텔도 온라인 교육을 인포멀 학습의 장으로 활용했다. 소위 ‘버츄얼 지식 까페’를 만들어 직원들의 지식 공유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했다고 한다. 이 까페를 통해 직원들이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돕고 정보를 나누는 문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것이 업무 몰입으로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직율도 12% 미만으로 업계에서는 낮은 편이다.
야피 크레디 은행(5위)
터키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야피 크레디 은행은 HRD 부서를 ‘사내 대학’으로 변모시킨 점이 인정을 받았다. 이 은행은 2008-2009년 회계 연도에 인수.합병을 통해 176개 지점과 근로자 1천200명이 새로 늘었다. 결국 800여개 지점과 1만5천여 근로자를 학습시켜야 하는 도전적 과제에 봉착했던 것이다. 2008년 설립된 사내 대학은 코칭과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매니저급 2천100명을 3단계로 나눠 코칭 교육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매니저들이 어느 지점에 가더라도 똑같은 회사의 정책과 문화를 대표하는 코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기업의 허리라는 매니저들이 중심으로 잡으면서 인수.합병 직후의 혼란이 수그러들었다. 사내 대학의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과 매니저들의 적극적인 코칭 노력에 힘입어 직원 전체의 지식 수준은 29%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덩달아 고객 만족도도 3% 포인트 상승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이러닝에 투자했다. ‘야피 크레디 시티’라는 불리는 게임 환경에서 터키의 금융 산업을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미한 흥미로운 게임을 학습에 이용하다보니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4천명 이상의 직원이 이 게임을 해봤으며 직원들이 응답한 전체 질문 수도 백만개가 넘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3일간 강의실에서 진행됐던 교육이 필요없게 됐으니 비용 절감 효과도 대단하지 않겠는가.
* 위의 글은 박운영 부사장이 HR Insight 2010년 12월호 <글로벌 리포트>에 기고한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