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박운영의 몸값 올리기]
* 아래의 글은 박운영 부사장이 아시아경제신문에 기고한 전문입니다.
대학 졸업 후 중견 기업 영업부에서 5년째 일하는 김대리는 요즘 고민이 많다.
한 부서에서 같은 업무만 오래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열정과 흥미가 없어졌다.
회사에서는 매년 새로운 영업부장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온다. 회사를 떠나는 입사 동기나 선배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이력서를 낸 적도 없는데 헤드헌터들의 이직 권유 전화도 간간히 걸려온다.
"직장을 옮겨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지만 더 큰 고민은 제 인생의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라고 김 대리는 털어놓았다.
그는 "중ㆍ고교 때는 진학, 대학에서는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요즘은 뭘 보고 앞으로 달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조언을 구할 사람도 찾기 어렵고 친구들과는 신세 한탄만 늘어놓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직장인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결승점이 없어진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 지, 얼마쯤 달리면 결승점이 나오는지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다.
필자는 이런 직장인들을 만날 때마다 '안개 속 운전론'을 펼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운전을 할 때는 네비게이션도 소용이 없다. 그냥 육안과 감각에 의존할 뿐이다.
그나마 앞에 가는 차들의 후미등이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앞차의 후미등 역할을 하는 역할 모델(Role Model)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 모델을 찾는 방법도 쉽지는 않지만 네 단계로 나눠 고민해보기로 한다.
첫째는 같은 직무의 전문가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꼭 같은 회사 사람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경쟁사에서 유사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서 다양한 조언을 얻기 쉽다.
적절한 이직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다른 세상에 대한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 업종 워크숍이나 세미나 참가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다섯 살에서 열 살 정도 연장자를 골라라. 세상을 먼저 살아간 경험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닥쳐올 앞날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역할 모델을 하는 인물이 고전을 할 때는 반면교사,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연장자가 가진 폭넓은 인맥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는 타인을 돕기 좋아하는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여야 한다. 당장 여러분의 직장 상사들을 떠올려보라.
그 중에는 분명 직장 생활의 즐거움을 월급 봉투를 두텁게 하는 것보다 후배의 역량을 키우는데 두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긍정적 사고의 영향력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마지막으로는 자주 만나 솔직히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직장이나 자기계발 뿐만 아니라 사생활까지도 열어두고 대화를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역할모델 관계가 형성된다. 자녀 육아, 배우자와의 갈등, 재테크 등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