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여성들의 옷차림과 제 반팔 드레스 셔츠를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낍니다.
오늘은 헤드헌팅 현업에 있다 보면 아주 아주 드물게 겪는 일을 소개할까 해서 오랜만에 펜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 한 헤드헌팅 회사의 헤드헌터 A씨가 회사를 떠났다고 합니다.
꽤 오랫동안 헤드헌터로 일해오신 분이었기에 그의 전직 결정은 다소 놀라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A씨가 옮기기로 한 회사가 바로 그의 고객사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객사라기 보다는 '잠재 고객사'라고 쓰는게 더 맞겠군요.
경력직 인재 채용을 의뢰하는 전화를 받고 찾아간 회사의 간부들이 A씨와 미팅을 가진 후 바로 기획.마케팅 포지션의 잡 오퍼를 한 것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평소 제가 A씨를 아는 한 매우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에다 눈치까지 빠른 A씨의 업무 스타일이 고객사의 눈길을 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헤드헌터가 이처럼 고객사로부터 헤드헌팅되는 경우는 흔치는 않지만 아주 가끔 있는 일입니다.
언론 지상에도 보도가 됐지만 국제적으로 유명한 음악채널인 M-TV의 아시아 담당 임원 역시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M-TV와 업무차 미팅을 갖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한국인 여성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회사와 사람을 중매해주는 거간꾼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인식된 바람에 이 직업에서 습득하고 훈련받는 스킬과 경험이 타 업종과 직종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을 선발하는 핵심 기능을 하는 전문 인재들로 채워지면서 더불어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헤드헌터들의 전반적인 수준과 능력이 자연스럽게 상승했습니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눈을 맞춰 주지 못하는 헤드헌터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죠. 기업의 채용 전략에 대한 전략적 어프로치를 할 수 있으며 개개인의 경력 개발 맵을 짤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가져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 프로페셔널이 될 수 밖에요.
이 때문인지 어느 대기업은 최근 채용 담당자를 현직 헤드헌터중에서 스카우트하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전 동남아시아의 한 외국기업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사장 다음으로 헤드헌터 출신의 채용 매니저를 뽑아 초기 인적 자원 세팅 업무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헤드헌터를 무슨 브로커 보듯 해온 정부도 최근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며 헤드헌팅 서비스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부 각 기관장 채용시 헤드헌터가 참석하는 경우가 잦으며 각종 정부 자문회의에 명망있는 헤드헌터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헤드헌터들의 위상,
이에 걸맞는 헤드헌터들 스스로의 노력도 뒤따라야 이같은 위상 변화가 한 순간의 거품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