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과연 ‘좋은 회사’의 기준은 뭘까요? 연봉이 높은 회사? 복지가 좋은 회사? 혹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한 곳?
많은 직장인들이 이직을 준비하면서 대기업, 중견기업, 혹은 유명 스타트업을 목표로 삼습니다. 시스템이 잘 잡혀 있고, 안정적이며, 커리어 경력서에 이름을 올리기 좋은 회사들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들어간 후, 예상치 못한 괴리감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한 후보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현재 재직중인 회사는 정말 유명한 기업이죠. 매출도 높고, 연봉도 괜찮고요. 그런데 정작 제 자리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회사가 커질수록 사람은 작아지는 기분이에요.” 그 후보자는 결국 2년 만에 그 조직을 떠났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좋은 회사였지만, 당사자에겐 성장의 여지가 닫혀 있는 공간으로 느껴진 것이죠.
이름이 생소한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입사 직후에는 구조도 어수선하고 매뉴얼도 제대로 없다는 점이 힘들다고 했지만, 브랜드 런칭부터 마케팅, 심지어 고객 대응까지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진행하는 일을 반복하며 점점 업무에 만족하며 재직 중이라 하셨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제가 일하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예전처럼 지시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판단하고 주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현재 자리에 만족합니다.”
이와 같은 후보자들의 상황을 보면 회사의 규모나 평판만으로 그게 ‘좋은 회사’인지 판단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회사가 지금의 나와, 내가 되고자 하는 나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곳인가 하는 점이 오히려 더 중요하겠다는 것이죠.
여러분도 이직을 고민할 때,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권합니다.
- 나는 지금 무엇이 가장 불편한가? 성장 정체? 문화적 갈등? 역할 불만족?
- 이번 이직을 통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더 큰 책임? 유연한 조직문화? 기회의 확대?
- 나는 어떤 리더십 스타일과 잘 맞는가?
- 조직의 문화와 가치관이 내 개인적인 신념과 충돌하지는 않는가?
외형이 번듯한 회사 중에는 결정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거나, 성과나 조건을 애매하게 말하는 곳, 직원 간 소통보다는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조직도 존재합니다.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실제 업무 환경에서는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요소가 당신의 커리어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직은 단순히 ‘더 나은 곳으로 가는 이동’이 아니라, ‘더 나다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회사가 나에게도 좋은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누군가는 꺼리는 조직이 내게는 딱 맞는 성장의 터전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 나를 사람으로서도 성장시켜주는 환경, 그리고 최소한 내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 그런 곳이 바로 당신에게 진짜 좋은 회사입니다.

김학경 컨설턴트 / hkkim@nterway.com